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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중고차 시장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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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중국 중고차 시장을 잡아라.'

일본 자동차업계에 떨어진 특명이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는 신차 시장 못지 않게 중고차 시장이 새로운 '캐시 카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고차 판매를 통해 브랜드 영향력을 키울 수도 있어 자동차 메이커엔 일석이조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중고차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8% 늘어난 106만 대에 이른다. 베이징(北京)의 2005년 중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34.5%나 증가한 19만5000대에 달했다. 신차 판매 대수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상무부는 2008년엔 판매 대수가 530만 대로 증가, 신차 판매 대수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황금시장이 지금까지 외국계 기업엔 '그림의 떡'이었다. 중국 정부의 허가를 얻은 중개업자만이 중고차 매매를 취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도 중고차 매매를 허용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일본 기업이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도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도요타는 올 봄부터 중국 내 자사 대리점에서 중고차 판매도 겸할 계획이다. 200여 개 점포 중 80여 개가 중고차 판매 공간을 두게 된다. 규모가 증가하면 중고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규모 전문판매점도 열 예정이다.

특히 도요타는 품질 보증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신뢰도가 낮은 중고차 시장에 '도요타 인증' 이라는 표시를 붙여 소비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중고차를 판다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자동차'라는 인식을 심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다.

닛산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닛산(東風日産)은 이미 20여 개 대리점에서 중고차를 팔고 있다. 혼다 자동차도 중고차 판매에 대비해 판매사원에게 중고차 판매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 이외에 중고차 유통업체들도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일본의 중고차 수출 전문업체인 애플인터내셔널은 야페이자동차(亞飛汽車.중국 자동차 판매업체) 등과 자본금 3750만 위안을 들여 합작사를 설립, 중고차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해 12월 베이징에 1호점이 문을 연 데 이어 내년까지 500개의 중고차 판매 대리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일본의 중고차 판매업체인 카톱도 지난해 6000만 엔을 투자해 난징(南京)에 중고차 판매점을 차렸다.

종합상사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이토추(伊藤忠)상사는 지난해 12월 쓰촨(四川)성에서 현지 업체에 900만 달러(총 지분의 40%)를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총판점을 열었다. 혼다.닛산.현대차.GM 등 각 회사의 신차를 비롯해 중고차까지 취급한다.

한편 중국 자동차 유통협회에 따르면 8만5000km를 주행한 혼다 '어코드 2.0i' 의 가격은 약 15만 위안(약 1800만원)으로 신차의 75% 수준이다. 2005년 1~11월의 중고차 판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6% 내린 평균 2만9700위안을 기록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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