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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나란히 … '리히터·펭크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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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83년 작 ‘촛불과 해골’.

게르하르트 리히터(74)와 A. R. 펭크(67)는 독일이 자랑하는 스타 화가다. 흔히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타난다. 리히터의 경우는 그림 값이 비싼 화가로도 세계에서 셋째 손가락 안에 든다. 이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유명하고 작품 값이 치솟는 걸까.

4월 30일까지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에서 열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A. R. 펭크'전은 그 까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이들의 경우 작품 값이 워낙 비싸 대규모 전시를 조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리히터의 출품작 30점 가격만 쳐도 모두 700억 원에 이른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골고루 선정해 작품 세계 전반을 훑어볼 수 있게 한 기획도 반갑다.

A.R. 펭크의 1996년 작 ‘결말, 내적 투쟁과 도피’.

강렬하게 눈을 치고 들어오는 작품은 펭크의 낙서 같은 그림이다. 붉은 화면에 검은 선묘로 인간과 동물의 형상을 기호와 함께 몰아쳐 놓은 작품은 동굴 벽화나 아프리카 원시미술을 떠올리게 한다. 독학으로 그림을 한 펭크는 냉전시대 동독과 서독 사회의 혼란과 모순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비판하며 미술을 '새로운 삶의 주장'으로 삼았다. 그가 중시하는 단순한 선과 기호로 역사와 인간의 모습을 담은 '세계회화'는 우리를 다시 선사시대로 데려간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은 알쏭달쏭하다. 뿌옇고 얼기설기하고 밍밍하다. 도대체 저 물건이 왜 그렇게 비싼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많이 보아오던 그림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리히터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는 기존 회화 역사를 늘 배신하며 끊임없는 실험으로 새 길을 내왔다. 묘사하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만이 드러낼 수 있는 실재 세계를 화면 위에 창조한 순수한 이미지의 탐험가이자 개척자다. 02-2188-6038.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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