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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못 쉬겠어요”…낚싯배 생존자 ‘에어포켓’ 속 2시간 43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 사고 당시 선실 ‘에어포켓’에서 구조된 생존자와 구조당국의 통화 녹취록이 7일 공개됐다.

3일 오전 6시12분께 인천 영흥도 앞 해상에서 22명이 탄 낚싯배가 전복됐다. 해경 잠수부가 사고해역에서 구조에 나서고 있다. [인천해경 제공=뉴스1]

3일 오전 6시12분께 인천 영흥도 앞 해상에서 22명이 탄 낚싯배가 전복됐다. 해경 잠수부가 사고해역에서 구조에 나서고 있다. [인천해경 제공=뉴스1]

해경은 이날 심모(31)씨 등 생존자 3명과 구조당국 간 이뤄진 총 11차례의 통화 중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제외한 6차례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통화 분량은 약 1시간 30분이다.

녹취록에는 배 안의 ‘에어포켓’에서 2시간 43분간 버티며 구조를 애타게 기다린 생존자들의 절실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낚싯배 선창1호(9.77t급)가 급유선 명진15호(366t급)에 들이받혀 뒤집힌 것은 3일 오전 6시 5분. 다행히 심씨 등이 있던 조타실 아래 작은 선실은 윗부분이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아 숨을 쉴 수 있는 ‘에어포켓’이 형성됐다.

“빨리 좀 와주세요”라고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한 심씨는 사고 발생 27분가량이 지난 오전 6시 32분 7차 통화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담은 GPS 화면을 해경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구조상황. [중앙포토]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구조상황. [중앙포토]

그 후에도 심씨의 구조 요청은 계속됐다. 6시 53분께는 119에 “여보세요, 살려줘요”라고 했고,  오전 7시 9분께도 119에 전화를 걸어 연결됐지만 곧바로 끊어졌다.

심씨는 잠수 수색구조가 가능한 평택구조대가 도착하기 5분 전인 7시 12분 10차 통화에서는 물이 얼마나 찼느냐는 질문에 “많이 찼어”라고 답했고, 3명 다 호흡과 의식이 있냐는 질문에는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는 생존자들의 고통은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겼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생존자들은 계속 벽을 두드리며 구조대에 신호를 보냈다.

선창 1호 구조 모습. [연합뉴스]

선창 1호 구조 모습. [연합뉴스]

심씨는 수색이 시작된 후 7시 42분 11차 통화에서는 “구조대 도착했는데 확인되시나요”라는 해경의 질문에 “선수”라고 짧게 답했다. 또 “구조대가 선수 쪽으로 갔다”는 말에 심씨는다급한 듯 “숨을 못 쉬겠어요”라고 했다.

해경은 “지금 바로 앞에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라고 다독였고, 심씨는 “(신고한 지) 1시간 반 됐는데”, “이따구로(이따위로) 해요”, “너무 늦는다고요”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구조가 지체되자 다시 “전화한 지 2시간이 됐는데요”라며 짜증을 냈고, 통화 도중 심씨는 구조대의 말소리를 들은 듯 “여기요 여기”, “말소리 말소리”라고 외치기도 했다.

오전 8시 41분 마침내 구조대와 심씨 일행은 선체 외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쳤고, 심씨는 배를 마구 두들기며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대는 8시 48분 심씨 일행을 구조했다. 사고 발생 2시간 43분 만이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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