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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뤄시허, 왜 공배만 두는 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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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2국 하이라이트>
○ . 뤄시허 9단(중국) ● . 이창호 9단(한국)

결승 1국을 이긴 뤄시허(羅洗河) 9단이 시련의 2국을 시작했다. 한 번도 갖지 못했던, 꼭 갖고 싶었던 세계대회 우승컵이 지금 눈앞에 있다. 이 한 판만 이기면 된다.

한데 이상하게도 새털처럼 가볍던 몸이 갑자기 천근 만근 무거워진다. 정상을 차지하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하나 얼마나 많은 고수가 이 대목에서 무너졌던가.

장면 1(19~29)=19로 옆구리에 붙여간 수는 '한국류'의 상징과도 같은 한 수다. 날카롭고 전투적이며 실리적인 수. 결승 2국에서 흑을 쥔 이창호가 이 수를 쓴 것은 두 가지 의미다. 첫째 실리 포진의 일관성 유지. 둘째 우하 모양과의 연계.

뤄시허는 A의 단점을 놔둔 채 26으로 육박한다. 첫판을 이긴 뤄시허의 기세가 충만하다. 하나 묘한 일이다. 26은 결과적으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극치를 보여준 수로 전락하고 만다. 27로 급소를 하나 꼬부려 두고 29로 붙이자 백이 쫓기기 시작했다.

<참고도>= 26은 백 1로 붙여야 했다. 흑 2는 어차피 두어야 할 급소. 이때 3에 두기만 해도 이 백은 살아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백은 5로 흑진 삭감에 착수할 수도 있고 B에 둘 수도 있다.

장면 2(30~41)=30, 32로 이곳에 백집이 약간 붙었다. 그러나 33이 오자 금방 후회막급의 사태가 벌어진다. 35, 39, 41. 공격하면서 흑돌이 슬슬 놓인다. 우하 흑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34, 36. 백은 공배를 이어가기 바쁘다. 조훈현 9단의 표현을 빌리면 백은 '거의 망한 모습'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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