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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인재 선발이 '새내기 사표'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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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2명과 1명'. 국민은행에 입사했다가 얼마 안 돼 그만둔 신입사원 숫자다. 2004년 채용한 127명 중 22명이 퇴직한 데 비해 지난해 초 채용한 136명 중에선 딱 한 명만 사표를 썼다. 불과 1년 만에 신입사원 퇴직률이 확 떨어졌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은행은 해마다 100여 명 안팎을 공채로 뽑아 왔으나 얼마 안 돼 사표를 던지는 직원이 많아 골머리를 앓았다. 아무리 애써도 1년 내 퇴사율을 10% 이내로 줄이지 못했다. 이 문제로 고민하던 강정원 행장은 채용과 교육과정을 완전히 뜯어고치기로 했다.

우선 학점과 영어실력.출신학교 등을 따져 뽑는 '표준형 인재' 대신 은행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맞춤형 인재'를 선발했다. 2004년 말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만나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 총장은 몇 년 전부터 서울대가 도입한 지역할당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당초 우려와 달리 공부도 잘하고 학교 생활도 잘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분발하면서 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때보다 교내 면학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응시자의 전공 제한을 없애고 토익 성적 기준을 800점 이상에서 700점 이상으로 낮췄다. 영업활동이 거의 국내에서 이뤄지는 은행의 특성상 영어실력은 선발을 위한 기준일 뿐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을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점수를 더 줬다. 지역 사정에 밝은 지방대생의 채용 비중을 30%로 늘렸다. 연수 프로그램도 다시 짰다. 천안 연수원에 실제와 똑같은 120여 평 규모의 모의 지점을 만들어 신입사원들이 현업에서 할 일을 미리 익히도록 했다. 9주간의 연수 기간 중 한 달간은 지점에서 실제 근무하도록 해 연수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 활용하도록 했다. 이 은행 김동원 부행장은 "앉아서 손님을 받던 예전과 달리 은행이 고객을 찾아나서 예금.펀드.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성적이 좋은 사람보다 다양한 경력과 적극성을 갖춘 사람이 은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채용 때마다 10% 안팎의 신입사원 퇴직률을 기록하던 두산중공업도 지난해 이 비율을 1%로 낮췄다. 2005년 입사한 100명 중 단 한 명만이 그만뒀다. 경남 창원에 공장을 둔 이 회사는 그동안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신입사원들이 사표를 많이 쓰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회사 측은 연봉 등 처우 개선보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비전을 키워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회사 제품이 설치된 중동의 발전.담수화 플랜트를 견학하게 해 회사의 기술력과 지명도를 체험하도록 했다. 선배 사원이 신입사원을 일대일로 돌봐주는 멘토(후견인) 제도를 도입해 회사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이 회사 김명우 상무는 "신입사원들이 연봉 등 현재의 근무조건만 보고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열심히 근무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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