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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신도시 건물만 분양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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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해찬 국무총리가 2월 28일 국회에서 송파 신도시의 주택 공급 계획과 관련, 토지 임대부 분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아파트 토지에 대한 권리는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갖고, 아파트 계약자는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가지는 형태다. 이는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과 대한주택공사 부설 주택도시연구원이 제기했던 분양 방식과 유사해 당장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이 방식이 도입되면 주택시장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가 대폭 낮아지고, 그에 따라 주변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분양 가능할까=토지임대부 분양은 토지와 주택의 소유권을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가진 채 주택만 일반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토지 소유권을 국가가 가지는 데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판교 신도시의 경우 토지 조성원가는 평당 743만원이다. 민간이 보유한 토지가 많아 보상비가 상당액을 차지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땅값이 너무 비싸 서울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은 현실성이 없는 제도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송파 신도시는 상황이 다르다. 전체 토지 가운데 상당수가 국공유지여서 보상비가 판교처럼 많이 들지 않는다. 이해찬 총리가 "토지임대부 분양을 포함해 다양한 분양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이 적용된 송파 신도시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기존 분양 아파트보다 대폭 낮아질 수 있다. 아파트 분양가의 50~60%가 토지가격이란 점을 감안하면 홍준표 의원의 주장처럼 '아파트 반값 분양'도 가능하다. 다만 아파트 계약자가 부담해야 하는 토지 임대료가 얼마로 책정되는가가 숙제로 남는다. 월 토지 임대료가 30만원에 책정된다고 하더라도 3년간 거주한다면 모두 1080만원을 임대료로 내야한다. 임대료 부분이 사실상 분양가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가 또는 공시지가에 맞춰 토지 임대료를 낼 경우 임대료에 대한 정부 지원이나 세금 감면 혜택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아파트의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땅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토지임대부 분양을 적용하면 아파트 분양을 통해 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욕구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공유지가 많다고 하지만 토지 소유권을 국가가 가지려면 최소한 수조원이 필요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도 문제가 된다.

강남 집값 잡힐까=토지임대부 분양으로 송파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가 강북의 절반, 강남의 4분의 1 정도로 낮아진다면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강남과 인접한 송파의 분양가가 기존 분양가보다 최소 절반만 낮아진다면 강남 집값이 예전처럼 상승세를 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송파 신도시에 임대주택과 중소형 주택이 대거 지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정부가 강남의 대체지로서 송파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당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또 강남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부각되면서 강남 집값이 급등할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건설교통부가 선뜻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의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방식이 장점도 많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토지임대부 분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건교부는 "지금으로선 하겠다 안 하겠다 얘기할 순 없다"며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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