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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만 보면 가슴 설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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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이 발명 특허를 받은 침대 스프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성호(38) 에이스침대 사장은 요즘 의욕이 넘친다. 이달부터 시판에 들어간 매트리스 '로얄 에이스'가 침체된 침대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참에 최근 3년간 1100억원대에서 머물러 있는 매출을 올해는 1300억원대로 늘려볼 작정이다. '로얄 에이스' 매트리스엔 에이스가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 파워 스프링'이 들어가 있다. 기존 스프링의 장점만을 모아 만들었다는 이 스프링의 제조 공법(튜브 코일)은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를 따냈다. 또 영국.독일.중국.일본.캐나다 등 13개 국에 특허 출원 중이다. 이 스프링 개발엔 무려 8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개발비는 80억원이 들었다.

안 사장은 침대의 생명은 스프링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스프링판에 2~3분만 앉아 있어 봐도 편하고 불편한 게 느껴지는데 침대에 들어가는 스프링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잘 때 자신도 모르게 수십 번씩 몸을 뒤척이는 이유는 체형에 굴곡이 있는데 침대는 평평해 혈류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스프링이 들어가야 할 곳은 들어가게 하고, 받쳐 줘야 할 곳은 제대로 받쳐 줘야 좋은 침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 매트리스를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에도 나서기로 했다. 침대는 부피가 커서 수출하기엔 부적절한 품목으로 꼽힌다. 물류비 부담이 크다. 그래서 해외 판매를 하려면 현지에 공장을 반드시 지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동생인 안정호(35) 사장이 경영하는 시몬스침대와 공동으로 이탈리아에 침대 프레임 공장을 세웠다. 조만간 이번에 개발한 매트리스를 만드는 공장도 세워 침대 완제품 생산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에 앞서 에이스침대는 1993년 중국 광저우(廣州)에 매트리스 공장을 지어 중국과 홍콩.싱가포르.대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안 사장은 침대공장에서 자라다 시피 했다. 부친이자 창업자인 안유수(76) 회장이 틈만 나면 안 사장을 공장에 데리고 갔다. 대학(고려대 지질학과) 다닐 때는 침대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사회경험을 쌓을 요량으로 광고대행사에서 1년간 근무한 뒤 91년 에이스에 기획담당 이사로 입사했다. 이후 상무.부사장을 거쳐 2002년 8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안 사장은 현장에 파묻혀 산다. 서울 청담동 집에서 충북 음성 공장까지 100여㎞를 매일 출퇴근한다. 생산과 개발 현안을 훤히 꿰고 있다. 대표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02년 12월에 부채를 모두 갚은 것을 꼽았다. 앞으로도 무차입 경영 원칙은 계속 지켜나갈 방침이란다. 사업다각화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가장 잘 아는 분야가 침대 뿐이고 다른 사업엔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썰타침대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부친과 업계 2위 시몬스침대를 이끄는 동생과는 라이벌이자 동반자 관계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공동 구매 등 필요할 땐 서로 협조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치 양보도 없이 경쟁한다는 것이다. 스프링 특허를 공유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경영에서 부친을 따라 가려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주요 경영사안은 안 회장의 자문을 받는다고 했다. 안 사장은 에이스 침대 주식의 7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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