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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월드컵특집] 토고는 내분, 스위스는 줄부상…하늘이 돕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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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탄탄한 전력을 만들어 가고 있는 반면 상대는 내분이나 선수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 팀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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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협회·선수 보너스 갈등에 팀워크 흔들

집안 싸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토고축구협회는 스티븐 케시 대표팀 감독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지난주 독일 출신 오토 피스터를 새 사령탑에 앉혔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3전 전패로 예선탈락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축구협회와 선수들 간의 갈등에서 케시 감독이 애꿎은 희생양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문제는 결국 돈이었다. 토고축구협회장인 록 냐싱베는 38년간 토고를 철권 통치하다 지난해 타계한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현 포르 냐싱베 대통령의 동생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은 냐싱베 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최빈국에 지원한 축구발전 지원금 25만 달러(약 2억4700만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스포츠 마케팅 회사 'PMD 컨설팅'과 2년간 계약하며 32억원을 챙기는 등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돈이 굴러 들어오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에게는 제대로 보너스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웃한 가나가 월드컵 본선 진출 보너스로 1인당 2만 달러에다 집과 자동차를 줬다는 얘기를 들은 선수들은 불만이 폭발했다. 급기야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널).아브델 쿠바자(소쇼).코시 아가사(메스) 등 주전 선수들이 앞장서 네이션스컵 보이코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토고축구협회는 "감독이 선수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며 책임을 케시에게 뒤집어 씌워버렸다. 감독교체에 대해 선수들은 "월드컵 개막을 석달 남짓 남겨놓고 감독을 바꾼 것은 말도 안된다. 스티븐 케시 전 감독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누가 감독을 맡더라도 제대로 된 전력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협회가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해 분위기를 수습한다면 토고가 월드컵 본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프랑스 "굿바이 바르테즈" 골키퍼 교체 논쟁

외견상 큰 변화가 없다. 티에리 앙리와 투 톱을 이루는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가 2월 중순 가벼운 부상으로 2주간 결장한 정도가 얘깃거리다. 트레제게는 1월 30일 이탈리아 세리에A 아스콜리전에서 경기 시작 18분만에 해트트릭을 해낼 정도로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고 있던 터다.

주전 골키퍼를 둘러싼 논쟁도 불붙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BVA'가 프랑스풋볼 사이트를 통해 10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69%가 그레고리 쿠페(리옹)를, 28%만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파비앵 바르테즈(마르세유)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피스컵 때 한국에 왔던 쿠페는 1m81cm로 골키퍼로는 작은 체격이지만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순발력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반면 바르테즈는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월드컵에서는 지네딘 지단이 경기 직전에 승리를 기원하며 바르테즈의 박박머리에 키스하는 장면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한편 지단은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내 선수 생활은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라며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뒤 명예롭게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강한 전력을 갖췄고, 2002년 월드컵이나 유로2004 당시보다 분명히 향상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지만 레몽 도메네슈 감독의 속은 그렇게 편하지 않다. 월드컵 유럽 예선 도중에 노장들을 불러들이긴 했지만 지단과 클로드 마켈렐레가 복귀한 이후 미드필드의 스피드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속도가 늦더라도 지단을 축으로 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구사할 것인가, 지브릴 시세, 시드니 고부 등 빠른 선수들을 앞세운 윙플레이로 승부를 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스위스 공격의 핵 프라이, 조별리그 못뛸 수도

좋지 않은 일이 자꾸 일어난다.

공격의 핵 알렉산더 프라이(26.스타드 렌)가 지난달 17일 수술대에 올랐다. 사타구니 부상 때문이다. 담당 의사는 "12주 정도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활훈련 결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프라이는 월드컵 개막 한 달 전인 5월 중순에야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다. 월드컵까지 정상적인 몸을 만들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조별리그에서 뛰지 못할 수도 있다. 프라이는 독일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팀 내 최다인 7골을 넣어 스위스를 12년 만에 본선에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다. 요한 폰란텐(NAC 브레다)과 투 톱을 구성하는 프라이가 빠진다면 한국 수비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미드필더인 베냐민 후겔(프랑크푸르트)은 아예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오지 못한다. FIFA가 지난해 11월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터키-스위스전이 끝난 뒤 벌어진 난동에 개입한 후겔에게 A매치 6경기 출장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요한 포겔(AC 밀란), 하칸 야칸(영보이스 베른) 등이 버티고 있는 미드필더진에서 후겔은 주전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있는 선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팀 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독일과 스위스를 중심으로 잉글랜드.이탈리아 등에 진출해 있는 선수들이 리그 막판 총력전을 펼치다 부상자가 또 나올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야코프 쿤 감독은 느긋한 표정이다. 63세의 쿤 감독은 팀을 '가족'이라 부르며 인화력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어간다. 선수들은 감독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한다. 1996년 청소년 대표팀을 맡아 발탁한 유망주들을 지금까지 키워오면서 탄탄한 조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한두 명이 빠지더라도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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