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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이 또 시끄러운 이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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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02년 붉은 물결로 수놓았던 시청 앞 광장. 올해도 이곳에서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진다. [중앙포토]

2002 월드컵 때 붉은 물결로 뒤덮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시청 앞 광장. 4년 만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시의 위탁을 받은 서울문화재단이 지난달 27일 독일 월드컵 길거리 응원 행사 민간 주관사로 '붉은 악마' 대신 SK텔레콤 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다. SK텔레콤은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의 경기가 있는 날, 시청 앞과 청계천변을 포함한 서울 도심의 응원을 주도할 권한을 가지게 됐다. SK텔레콤은 KBS와 SBS 등과 컨소시엄을 맺었다.

이에 따라 KTF.현대자동차.NHN 등과 컨소시엄을 맺은 붉은 악마는 충격에 휩싸였다.

시청 앞과 광화문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부터 붉은 악마의 앞마당이었다. 2002년 월드컵의 거리 응원의 성지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28일 절충안을 내놨다. "붉은 악마도 시청 앞 광장에서 함께 응원했으면 한다. 붉은 악마 대표들과 대화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붉은 악마가 시청 앞에서 SK텔레콤과 함께 응원을 하기엔 두 단체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을 함께한 두 파트너는 이후 매몰차게 갈라섰다. SK가 월드컵 이후 축구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월드컵 기간에만 무임승차하려 한다고 붉은 악마는 비판한다. 붉은 악마가 KTF의 거액 후원을 받는 것도 두 단체가 합치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엔 응원가를 놓고 또 경쟁하고 있다. 붉은 악마는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를 내세우고 SK텔레콤은 가수 윤도현이 부르는 록 버전 애국가로 맞불을 놓고 있다.

붉은 악마에게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암 경기장과 여의도 둔치 등이다. 그러나 상징적 의미가 있는 시청 앞 광장을 떠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붉은 악마 김정연 간사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다. 무슨 말을 하면 SK텔레콤과 KTF의 싸움으로 해석하는 통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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