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연금 개정 다시 표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 위원장은 이날 "성과도 없는 특위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개선 문제는 또다시 국회 보건복지위로 넘어갔다.

◆ 허송세월한 국회=정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2년4개월 전인 2003년 10월이었다. 그 뒤 2년이 넘게 여야는 말로만 공방을 거듭했다. 2005년엔 상임위에서 한차례도 실질적인 논의를 한 적이 없다. 그러다 "국민연금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는 거센 여론의 비난이 일자 지난해 11월 특위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날로 특위 시한이 끝날 때까지 특위 회의는 단 세 차례 열렸다.

첫 번째 회의에선 43분 동안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했고, 두 번째 회의에선 56분간 운영위 구성을 했고, 세 번째 특위는 소위구성을 결정하고 24분 만에 끝났다. 삼 개월간 열린 전체 회의시간은 모두 2시간밖에 안 된다. 지난달 25일 딱 한번 소위원회를 열었지만 그 역시 1시간30분 만에 소득 없이 끝났다. 관동대 김상호 교수는 "국민연금처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세 번 회의하고 두 시간 토론한 뒤 특위를 해체했다면 이는 철저한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이 허송세월을 하는 동안 연금 재정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연금법 개정이 지연됨으로써 늘어난 연금 재정의 부담액이 2004~2005년간 7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생애 평균 소득의 60%를 주는 현재의 지급 비율을 순차적으로 50%까지 낮추는 개정 법안이 지연될수록 연금 부담액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본지가 최근 전국 성인남녀 1067명을 설문조사해 보니 탈퇴가 가능하면 탈퇴하겠다는 연금 가입자가 69%였다. 3년 전 같은 항목으로 조사했을 때는 62.8%였다. 불신이 더 커진 것이다.

◆ 책임만 전가하는 여야=한나라당은 성명을 통해 "여당의 무책임한 행태로 연금 개선 문제가 다시 표류하게 돼 유감"이라며 "여당이 우리의 특위 연장 요구를 묵살했다"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은 "사학법 문제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 두 달간 특위를 열 수 없게 만든 게 바로 한나라당"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박재완(보건복지위 간사) 의원은 "합의가 안 된다면 대선 공약을 통해 국민에게 선택 받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이 결국 대선 때까지 미뤄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정철근.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