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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월드컵 D-100 아드보카트의 신뢰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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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월 1일은 독일 월드컵 D-100. 세계는 지금 축구 전쟁 중이다. 한국과 앙골라의 평가전을 비롯해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29게임이 벌어진다.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인근 콜리고노 해변에서 청소년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다. 콜리고노(가나)=박종근 기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

독일 월드컵 개막(6월 9일)을 100여 일 앞둔 27일, 딕 아드보카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있게 한 말이다. 4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강신우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장은 "아드보카트는 쉽게 허풍을 떠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지만 독일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아드보카트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지훈련을 마친 뒤 "대단한(great) 5주"라고 말했다. "불과 5주 만에 4-3-3 전술(수비 4명, 미드필더 3명, 공격 3명을 세우는 전술)에 익숙해졌다. 3-4-3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라며 만족해 했다. 아드보카트는 "월드컵 본선에서는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바로 그 가능성을 본 것이다.

자신감을 갖는 더 큰 이유는 선수들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이다. 훈련 때나 경기할 때 아드보카트가 두 손가락을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불면 선수들은 일순간 긴장한다.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는 선수들의 임무에 대해 정확하게 지시한다. 지시한 대로 움직이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못했을 때는 한 명 한 명 따로 불러 차근차근 지적해 준다. 선수들은 아드보카트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드보카트는 여러 모로 히딩크와 닮았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포지션별로 경쟁을 시킨다.

그러나 다른 점도 많다. 일단 사생활이 깨끗하다. 가정적이다. 그런 면도 선수들이 존경한다. 2002년 협회 기술위원장이었던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히딩크는 외부와 충돌이 잦았으나 아드보카트는 훨씬 스마트하다"고 말한다. 아드보카트는 히딩크보다 더 공격적이고, 정공법을 사용한다. 꼼수가 없다.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힘이다. 히딩크 때는 소위 '히딩크 황태자'들과 고참 선수들 사이에 알력도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없다. 그것도 아드보카트가 자신을 갖는 이유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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