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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VTS로 신고 4분 전 '낚싯배 사고' 알고도 늑장대응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경 VTS로 6시5분에 사고 발생 알고도 늑장 대응 의혹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시간 '6시9분?' '6시5분?' #인천VTS 무선통신 "6시5분 충돌, 2명 추락 발생" #해경 '4분 차' 불구 사고 시간 '6시9분으로 확정' #해경 "통신 후 확인하던 중인데 신고가 들어온 것" #전문가 "바다서 4분 의미 없지만 생존에는 중요"

낚싯배 침몰사고가 발생한 영흥도에서 해경이 사고해역으로 출동하고 있다. 뒤로 영흥대교가 보인다. 최정동 기자

낚싯배 침몰사고가 발생한 영흥도에서 해경이 사고해역으로 출동하고 있다. 뒤로 영흥대교가 보인다. 최정동 기자

해경이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발생 직후 늑장대응한 사실을 감추려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해경이 밝힌 신고시간이 ‘6시9분’인데 실제 사고 발생 사실을 해경이 인지한 시간은 ‘6시5분’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생사를 놓고 분초를 다투는 해난사고 와중에 해경이 4분을 허비했거나 출동시간 등을 발표하면서 4분을 빼먹었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사고 당일인 3일 오후 5시30분 열린 브리핑에서 “인천 해상관제센터(VTS) 무선통신(VHF)을 통해 ‘3일 오전 6시5분쯤 충돌로 2명이 떨어졌는데 구조했다’는 내용을 청취했다”고 발표했다.그러면서도 황 서장은 “공식 신고된 것은 오전 6시9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고시간은 ‘오전 6시9분’이 맞다”고 강조했다. 해경은 사고 발생 이후 줄곧 사고 발생 시간을 6시9분이라고 발표했다. 사건·사고의 경우 신고시간을 사실상 발생 시간으로 보기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도 6시9분을 사고 발생 시간으로 보도했다.

해경이 배포한 ‘인천 영흥도 인근 선박충돌 발생 관련 시차별 조치사항 알림’이라는 A4용지 한장짜리 자료에서도 사고 시간을 ‘6시9분’으로 표시했다. 자료에는 신고 상황접수에서부터 실종자 2명을 제외한 20명이 모두 구조될 때까지 시간대별 현황을 세부적으로 적혀 있었다.

인천 낚싯배 선창1호에서 수습한 시신을 구조대가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낚싯배 선창1호에서 수습한 시신을 구조대가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6시5분에 해경이 VTS를 통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후 해경이 줄곧 사고 발생 시점을 6시9분으로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 해경 관계자는 4일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 서장의 발언을 정확히 표현하면 당일 오전 인천VTS 무선통신을 통해 ’영흥도 남방에서 급유선과 어선이 충돌해 2명이 추락했지만 구조가 가능하다는 교신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통신만으로 당시 사고가 어느 배인지 확인이 쉽지 않았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통신을 접한 뒤 혹시 몰라 안전관리 차원에서 경비함정을 파견하고, 안전계도 차원의 항행방송(주의 운항)을 했다”며 “추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제 신고가 접수돼 6시9분이라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실제 신고가 접수된 6시9분이 공식적인 사고 발생 시점으로 본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6시9분이 맞냐, 6시5분이 맞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공식 발표는 6시9분이지만 사고 시간이 6시5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해경은 ‘4분 차이’에 대해 더이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12월 3일 오후 4시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일대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복된 낙싯배 인항 작업을 하고 있다.

12월 3일 오후 4시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일대에서 해경 관계자들이 전복된 낙싯배 인항 작업을 하고 있다.

해경은 문제제기가 거세지자 최초 신고시간을 6시9분에서6시5분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황 서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당초 6시13분으로 알려졌던 영흥파출소 고속단정 출동명령 시간도 6시6분에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후 현장 도착시각이 33분에서 37분으로 늘어나게 됐다. 또 고속단정의 출동 준비시간도 기존 13분에서 20분으로 늘어나게 됐다. 출동지연이 더 길어진 셈이다.

다만 6시5분인천 VTS 무선통신에 사고 소식을 전한 것이 ‘명진15호’라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는데 사고 당시 이를 숨긴 이유에 대한 해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경은 그동안 “무선통신의 경우 라디오와 같은 것이어서 조난상황을 보내더라도 어느 배에서 보냈는지 바로 알 수 없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해경의 이 같은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어긋난다.
문 대통령은 3일 오전 7시1분 "해경 현장 지휘관의 지휘하에 해경·해군, 현장에 도착한 어선이 합심해 구조작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위기관리센터에서 “현장구조 작전과 관련해 국민이 한 치의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개해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노호래 군산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물속에 있는 생존자 입장에서는 1분 1초가 중요한 시간”이라며 “바다에 빠져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는 4분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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