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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 시 스마트폰 중독 위험 34배 높아. 20대 '중독 공존' 위험 수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박정렬 기자]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담배를 더 자주 피우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을 많이 하는 사람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이른바 '중독 공존'이다. 실제 니코틴·알코올의 물질 중독과 인터넷·도박·스마트폰의 행위 중독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한 가지 중독이 다른 중독의 시발점이 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비교적 젊은 20대가 '중독 공존'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기 치료와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국립춘천병원·춘천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공동 연구팀은 1일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녀 892명을 대상으로 알코올·니코틴·도박·인터넷·스마트폰 등의 중독 실태와 각 중독 간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중독 공존' 가장 위험한 건 인터넷-스마트폰
연구팀은 우선 한국판 알코올 의존 자가 검진 테스트, 한국판 니코틴 의존도
설문 도구, 한국판 문제 도박 측정 도구, 한국형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 척도를 통해 대상자를 중독(일반보다 위험도가 큰 부류)과 비중독으로 분류했다. 전체 응답자의 33.3%(297명)는 비중독이고 나머지 66.7%는 한 가지 이상에 중독돼 있었다.

중독된 물질·행위 숫자는 한 개가 33.7%(301명), 두 개 19.5%(174명), 세 개 9.1%(81명), 네 개 3.7%(33명), 다섯 개 0.7%(6명)였다. 알코올 중독이 가장 많았고 니코틴, 도박·스마트폰, 인터넷 순이었다.

5개 중독 비율 [사진 한림대의료원]

중독이 없거나 한 개에 중독만 있는 그룹은 여성이 각각 62.0%, 53.2%로 남성보다 높았다. 반면 중독이 2개 이상인 '중독 공존'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2배쯤 높았다. 연령대로 볼 때 중독이 3개 이상인 경우는 20대가 35.8%(43명)로 가장 많았다.

연구팀은 여기에 통계적 기법을 적용해 중독 간 연결고리를 파악했다.도박-스마트폰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나에 중독됐을 때 다른 것에 중독될 위험이 컸다.

인터넷 중독이 있을 때 스마트폰 중독 위험은 일반인이 스마트폰에 중독될 위험보다 34.71배나 높았다. 알코올 중독일 때 니코틴 중독은 5.69배, 니코틴-도박 3.35배, 알코올-도박 2.9배, 니코틴-인터넷 2.44배, 알코올-인터넷 2.35배 위험도가 높게 나왔다.

알코올·니코틴·도박·인터넷·스마트폰 등 5개 중독의 공존 관계 연관성 도표 [사진 한림대의료원]

중독도 '강화'됐다. 예컨대 특히 니코틴 중독이 있을 때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은 85%였지만, 니코틴과 도박에 함께 중독됐을 때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은 88%로 더 높았다. 알코올 중독은 도박·니코틴 중독과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인터넷은 스마트폰 중독의 상호 연관성이 강했다.

중독 메커니즘 비슷, 통합 관리 해야
이런 '중독 공존'의 이유는 물질·행위 등 중독의 원인과 관계없이 뇌의 보상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담배를 피우며 쾌락을 느낄 때 뇌 전두엽 등의 변화가 도박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질 때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상규 교수는 "하나에 중독되면 뇌가 다른 쾌락을 찾고 싶어 하고, 더 큰 자극을 얻으려고 해 다른 것에도 중독되기 쉽다"며 "따라서 중독은 통합적으로 치료·관리해야 한다. 지자체의 중독 관련 예산·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상규 교수 [사진 한림대의료원]

특히 이 교수는 젊은 층의 '중독 공존'을 우려했다. 그는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 새롭게 대두되는 행위 중독의 위험은 젊을수록 높다. 20대의 '중독 공존' 비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중독에 취약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향후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중독 공존성이 증가하기 전에 조기 치료와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9월 '한국중독정신의학회지'에 실렸다. 관련 논문(일 도시 중독 공존 실태와 상호 연관성)은 지난 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2017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추계 연수교육 및 학술대회'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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