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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영결식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일 상오10시 서울 강남경찰서 별관 2층 강당. 이발소에 들어가 금품을 털려던 조직폭력배를 검거하려다 이들이 휘두른 칼에 찔러 숨진 이 경찰서 신사파출소 소속 허한웅 경장 (32)의 영결식이 열린다.
22세 때 경찰에 투신, 민중의 지팡이로 젊음을 바친지 10년-. 정부는 젊은 경찰관의 희생을 녹조근정훈장 추서와 순경에서 일계급 특진 상신으로 기렸다.
그러나 영하의 날씨 때문일까. 이날 영결식은 왠지 썰렁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다 조직폭력배가 휘두른 칼날 앞에 어이없게 젊음을 마감한 부하를 보내는 영결식장에 경찰 수뇌부의 모습은 한사람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서울시경의 주무부서장 자리마저도 비어 있었다. 서울시청 업무보고 배석 등 모두 긴급한 「공무」때문이라고는 했으나 어딘지 허전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허 경장 유해는 동료들의 마지막 거수경례를 받으며 대전 국립묘지를 향해 영결식장을 떠났다.
『강도를 잡으려다 변을 당한 부하직원이 마지막 가는 길에 정작 명령을 내린 수뇌부들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군…」
영결식장을 빠져 나오는 동료 경찰관들 사이에서 낮은 속삭임이 칼날처럼 가슴에 와 닿았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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