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TX보다 싼 값에 … 대구~서울 하늘길 10년 만에 다시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KTX 개통 후 (2004년) 승객이 크게 줄면서 2007년 폐쇄됐던 대구~서울(김포) 하늘길이 10년 만에 부활했다. KTX 요금보다 1만원 이상 싼 요금을 앞세워서다.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엔 차이가 있겠지만 대구~서울 소요시간이 KTX보다 50분 이상 빠르다는 것도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는 1일부터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월·화·목·금·일요일 주 5회 대구~김포 노선을 운항한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오후 9시15분 출발(목요일 오후 7시55분)해 오후 10시5분 김포공항에 도착한다. 김포공항에선 오전 6시55분 출발해 오전 7시50분 대구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50분 정도다.

에어부산, 이달부터 주 5회 운항 #상시 할인으로 평일운임 3만원대 #소요시간 50분으로 KTX보다 짧아 #예약률 높으면 내달 정기노선 승격

대구~서울(김포) 항공 노선 이용객 수

대구~서울(김포) 항공 노선 이용객 수

대구~서울 항공노선은 2007년 10월 폐지됐다. KTX 개통 여파로 항공기 이용객이 급감하면서다. 2004년 KTX 개통 후 대구공항과 김포공항을 오가는 이용객은 2005년 16만9153명으로, 개통 전인 2003년(143만6292명)에 비해 100만 명 이상 줄었다. 2007년엔 5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이번에 부활한 대구~서울 노선 운임은 KTX보다 싸다. 공시운임은 편도 기준 평일 6만5300원이다. 하지만 상시 할인을 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확 낮췄다. 평일 기준 3만원대다. 실제 에어부산 사이트에 접속해 1일 오후 9시15분 대구공항을 출발해 10시5분에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BX8850편 항공기를 예약했더니 65% 할인을 적용받아 2만3800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세를 다 포함해도 3만1100원이다. 같은 날 오후 9시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서울역에 10시43분에 도착하는 KTX 열차는 일반실 기준으로 4만3500원이다. 항공기가 금액으론 1만2400원이 저렴하고, 소요시간으론 53분이 더 빨랐다.

김승태 대구시 공항정책과 담당은 “대구~서울 노선은 국토교통부에 부정기 노선으로 신청해 운항 허가를 받은 상태인데, 예약률 등을 보고 내년 1월께 정기편으로 노선을 다시 신청해 승격시킬 방침”이라며 “저비용 항공사의 이점을 살려 승격 후에도 다양한 할인행사로 KTX보다 저렴하게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측은 “저렴한 요금, 짧은 소요시간, 모바일 체크인 등으로 하루 수십여 차례 오가는 KTX에 항공기도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대구~서울 하늘길이 다시 열리게 된 사연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6월 대구공항에 입점해 도쿄·오사카 등 국제선을 운항 중인 에어부산은 항공기 정비를 김포공항에서 한다. 이를 알게 된 대구시가 “거의 매일 김포공항으로 가는데, 대구~서울 노선을 한번 되살려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곤 대구~서울 KTX 이용객 승차 인원을 조사한 결과를 보여줬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동대구역에서 서울역을 KTX로 오간 승차 인원은 278만1746명이다. 에어부산 측도 “운항해 보자”고 뜻을 함께했다.

대구경북연구원 한근수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울릉도 등을 가는 저비용 항공기보다 더 작은 100인승 이하 소형항공기가 많이 생긴다. 대구~서울 노선 같은 저렴한 국내선 항공기 노선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공항과 항공기 자체가 이제 KTX에 마냥 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