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미안하다” 어머니에게 문자 받고 며칠 뒤 범행한 용인 일가족 살해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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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에서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35)씨가 범행 전 어머니로부터 “돈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은 채 주점을 운영하는 어머니로부터 간간이 생활비를 받아왔던 김씨는 범행 한두 달 전부터 생활비를 받지 못했으며, 범행 며칠 전엔 어머니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결국 범행을 저지른 뒤 어머니 계좌에서 1억2000여만원을 빼내 아내 정모(32ㆍ여)씨와 2세ㆍ7개월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이들 부부는 2015년 11월 뉴질랜드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뒤 휴대전화 사용요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가 어머니로부터 생활비를 받지 못하고 자신을 만나기 꺼리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질랜드로 도피한 김씨는 2년 전 현지에서 벌인 절도 사건의 용의자로 현지 당국에 체포돼 구속된 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김씨 송환을 위해 뉴질랜드 당국에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상태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아내 정씨도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박세현)는 존속살인·살인 등 혐의로 정모(32·여)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정씨는 검찰 송치 당시 ‘남편한테 3년 동안 속고 살았다’, ‘죽이고 싶다(했)지, 죽이자 계획한 거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자필로 적은 쪽지를 언론에 들어 보이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검찰에서도 “(숨진) 시부모가 재산 상속 문제로 내 딸들을 납치하고 해친다고 남편이 그랬다”며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만, 남편과 범행을 공모한 것은 아니고 남편이 범행하는 것을 알고만 있었다”며 이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와 남편 김씨가 통화한 내용 등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확보한 통신내역에는 "둘 잡았다. 하나 남았다" 등의 대화 내용을 비롯해 정씨와 김씨가 범행 이전과 진행 과정에서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뉴질랜드 당국에 구속된 김씨의 송환이 이뤄지면 김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존속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도살인 혐의를 김씨는 물론 정씨에게도 적용할 방침이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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