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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 로드맵]빚으로 서민주택 공급 지원...문제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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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로드맵 당정협의’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정책위 간담회실에서 열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71127

‘주거복지로드맵 당정협의’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정책위 간담회실에서 열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71127

서민주택 100만호 공급을 골자로 하는 주거복지 로드맵과 관련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의문은 재원 조달에는 문제가 없느냐는 점이다.

일단 정부는 ‘나라곳간’에는 부담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민주택 100만호 공급에는 5년 동안 연간 23조9000억원 씩, 총 119조4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주택도시기금 총지출 한도를 늘리면 재원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기금은 예산과는 별도로 운용되는 공공 자금이다. 예산과 달리 국회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탄력적이고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국회에는 기금운영계획서, 기금결산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과 주택청약 통장 가입자가 적립하는 청약저축예금 등으로 대부분 조성된다.

올해 사용된 주택복지 비용 19조원 중에서도 예산은 1조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8조원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충당됐다. 여기에 매년 4조9000억원씩만 더 투입하면 재원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현재 수치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택도시기금 전체 조성액은 2012년 45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70조원으로 크게 늘어났다.청약저축이 19조1000억원, 국민주택채권이 15조9000억원, 융자원리금회수 등 기타 자금이 16조원 정도다. 기금 여유자금도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42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년 4조9000억원씩을 더 쓴다고 해도 여유가 있는 금액이다.

예산과 기금을 총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거복지 로드맵 관련 재원은 기재부와 국토부 간에 협의가 끝난 사안이고, 이로 인해 예산을 더 늘릴 필요는 없다”며 “주택도시기금 지출액 변경 등에 대한 내용도 이미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도시기금이 대부분 ‘빚’으로 마련된다는 점이다. 국민주택채권이나 청약저축예금은 기본적으로 만기나 사용 시점이 되면 돌려줘야 할 부채성 자금이다. 기본적으로 건전하게 관리돼야 할 자금이라는 얘기다. 만일 시장 급변동 상황이 벌어져 회수 요구가 폭증하면 여유자금 규모가 급감할 수도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줄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6~8월 동안 서울 부동산 거래량은 1만4000 여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많았다. 하지만 8·2대책 발표 이후인 9월에는 8000여건, 10월에는 3816건으로 급감하고 있다. 9월 이후 거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이다. 거래가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국민주택채권 매입액과 청약저축 가입액은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0만호 중 LH나 지자체가 건설·매입·임차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 65만 호에 달한다. 최근 부채를 꾸준히 줄여왔다고는 해도 여전히 LH의 부채는 133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342%에 이른다. 임대주택은 임대료 수입에 비해 건설 및 관리 비용이 훨씬 많기 때문에 LH는 부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들과 관련해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장기적, 안정적으로 주택도시기금의 조성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재원은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다”며 “주택도시기금 이외에도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수익을 증권 형태로 유동화하는 등 자금조달 구조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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