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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고용 정지 신청, 법원서 인정 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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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 제조기사(제빵사) 53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낸 신청이 각하됐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되거나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그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직고용 지시가 기업 권리침해 안 해” #“법적 강제성 없어” 소송전 불씨 남겨 #정부 “12월 5일 넘기면 530억 과태료” #파리바게뜨, 과태료 땐 소송 낼 듯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28일 파리바게뜨가 정부를 상대로 “시정지시 효력을 중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파리바게뜨는 앞서 “고용부의 직고용 지시로 인해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긴다”는 이유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파리바게뜨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봤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재판부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이뤄진 이번 시정지시는 행정지도에 해당할 뿐,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사용주에게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주면서 임의적인 협력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협력을 거절해도 이를 이유로 제재를 가할 수 없는 만큼 당장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파리바게뜨가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고용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의 각하 결정 후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면 1인당 과태료 1000만원씩, 모두 530억원을 부과하고 사법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음달 5일까지 직접고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행상황 등을 점검해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은 이번 결정이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아니라고 판단, 항고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고용부의 시정명령대로 다음달 5일까지 제빵사 5300명을 본사 직원으로 채용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고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거나 과태료 부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태료 1회 납부로 끝나는 일이 아닌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을 일단 거부하고 과태료가 부과되면 별도의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강제성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 때문에 과태료 부과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될 경우 파리바게뜨가 일방적으로 불리하진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파리바게뜨는 이번 결정과는 별개로 본사와 가맹점주, 협력업체가 함께 3자 합자회사(상생기업)를 설립해 제빵사를 고용하는 계획은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지난 9월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에 대해 파리바게뜨가 파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파리바게뜨가 제빵사의 근태관리를 하고 업무지시를 한 정황 등을 고려해 실질적인 사용자로 본 것이다. 그러자 파리바게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달 31일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과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소송은 이번 결정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전영선·김영주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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