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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 보고서’ 공방 … 280만 vs 352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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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반도체 회사에 ‘공급 과잉’은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반도체 가격이 뛰면 업체가 생산설비를 늘려 수요 이상의 생산을 할 공산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가격과 회사의 수익성은 떨어진다. 27일 삼성전자에 닥친 ‘모건스탠리 쇼크’도 이런 공급 과잉 우려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에 비해 5.1% 급락했다. 원인은 모건스탠리가 26일(현지시각) 내놓은 43쪽짜리 보고서였다. 요약하자면 ‘반도체 업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발을 빼야 한다’가 핵심이다. 삼성전자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리고 목표 주가도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낮춰 잡은 여파에 매도가 집중됐다. 모건스탠리는 대만 반도체 생산업체 TSMC와 미국 데이터 저장장치 제조사 웨스턴디지털의 투자 의견도 똑같이 강등했다.

모건스탠리 “낸드 가격 빨리 하락” #목표 주가 낮추자 골드만삭스 반박 #“우려 지나쳐 … 지금은 주식 살 때” #국내 증권사 “매출 늘어 이익 유지” #전날 급락했던 주가는 1.2% 반등

하루가 지난 28일, 분위기가 180도로 바뀌었다. 이번엔 골드만삭스가 불을 댕겼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투자 의견을 매수, 목표 주가를 352만원으로 유지했다. 다카야마 다이키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 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며 “지금은 주식을 사기에 매력적인 때”라고 썼다. 하루 만에 두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갈팡질팡했다. 오전엔 258만원까지 내렸다가 결국 전날보다 3만2000원(1.2%) 오른 266만4000원을 기록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내 증권사는 골드만삭스 쪽에 가깝다. 이달 중 삼성전자 종목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모두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목표 주가가 300만원 아래인 곳은 한 곳도 없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모건스탠리가 문제 삼은 것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다. 보고서를 낸 션 김 연구원은 “낸드 가격이 예상보다 더 빨리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업계도 내년 낸드 가격이 10% 내외 하락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여기에다 “낸드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추가했다. 사실상 이익을 갉아먹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바일·노트북보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낸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낸드 가격이 하락해도 이익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 하락으로 출하량이 늘면 이익이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쟁점은 주가 과열 논란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년 동안 반도체 활황을 등에 업고 관련 종목이 지나치게 비싸졌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초보다 111% 올랐다. 올해 초 대비로도 48%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는 실적이 뒷받침했다고 본다.

내년 실적도 올해만큼 ‘깜짝’은 아니더라도 계속 좋아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 증권사는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올해보다 10%대 증가한 63조~70조원으로 제시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변동 폭이 가장 큰 모바일 D램은 ‘아이폰X’ 판매 호조 등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원화 강세에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7% 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수익에 대한 주가의 배수)이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배당은 투자자에게 이점이다. 내년 삼성전자 배당 수익률은 3%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3년간 매년 9조6000억원을 배당하기로 확정한 것은 주주 입장에서 확보한 이익과 다름없다”며 “강한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주가 재평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2~3년 후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 지분 53%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28일까지 6700억원을 순매도했다. 션 김 연구원은 “내년에 늘어난 투자로 2019~2020년엔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19년에 일어날 일 때문에 2017년 11월에 주식을 파는 건 판단 착오일 수 있다”며 “보고서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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