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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차사’ 경기 M 버스, 고무줄 배차 사라질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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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와 서울 강남역을 오가는 6427번 광역급행버스(M버스)의 배차 간격은 30분~1시간이다. 하지만 낮에 이용하려면 2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광역버스 회사가 김포시로부터 인가받은 버스 대수는 6대지만 실제로는 2대만 운영하고 있어서다. 한강신도시에 사는 주민 강지원(34·여)씨는 “광역버스 기다리다 짜증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 외엔 제시간에 타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3월 준공영제 시행 #기사 처우 나빠 잦은 이직에 운행난 #22개 시·군 참여, 노선·증차 유연화 #고양·성남, 재정부담 등 이유 불참

김포 대명항에서 서울 영등포를 오가는 8000번 M버스도 사정이 비슷하다. 인가받은 버스(15대)의 절반만 운영하면서 15분 정도인 배차간격은 40분 이상으로 늘었다.

이직 등으로 버스기사 수가 부족해서다. 조성춘 김포시 교통행정과정은 “김포 지역은 한강신도시 등 택지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중교통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인천에 비해 운전기사들의 급여와 처우가 열악해 버스기사들의 이직률이 무척 높아 버스 운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인천 지역의 버스기사 근로시간은 2교대로 하루 평균 9시간 정도지만 경기 지역은 격일로 하루 평균 17시간을 일한다. 월평균 급여도 385만원을 받는 서울과 308만원을 받는 인천에 비해 경기 지역(293만원)이 적다.

이런 경기도에서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서울처럼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다.

경기도의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99명에 찬성 67명, 반대 25명, 기권 7명으로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협약 체결 동의안’을 의결했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위해 경기도와 각 시·군, 경기도 버스운송사업조합이 협의해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고 예산을 분담하는 내용이다.

준공영제 시행 시기는 표준운송원가 협상 완료와 함께 버스운송비용 정산시스템의 운송 실적 검증 및 정산 기능이 가동될 수 있는 때로 정했다. 임성만 경기도 굿모닝버스추진단 과장은 “향후 절차를 고려할 때 내년 3월께 본격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경기도는 광역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기로 한 22개 시·군과의 협약 체결, 예산안(540억원)과 관련된 조례안 처리 등 나머지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버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 주는 대신 노선 변경이나 증차 등에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다. 2004년 7월 서울에서 처음 시작됐고, 부산·대전·대구·광주·인천이 뒤따랐다.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에는 광역버스를 운행 중인 도내 24개 시·군 가운데 성남시와 고양시를 제외한 22개 시·군이 동참한다. 성남·고양시는 재정 부담과 일반버스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불참하기로 했다. 현재 경기도에선 총 160개 노선에 2045대의 광역버스가 운행 중이며, 준공영제는 111개 노선 1156대(56.5%)에 적용된다.

그러나 같은 운수회사에 근무하더라도 광역버스와 일반버스 기사 간 처우에 차별이 생길 수 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적자를 보전받다 보니 버스회사가 경영 개선에 큰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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