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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물러가라” LG팬들 유광점퍼 시위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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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최근 정성훈·손주인 등 노장들을 팀에서 내보낸 LG 구단에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LG 팬들은 서울 잠실구장 앞에서 양상문 단장 퇴진 시위도 벌이고 있다. [MLB PARK 캡처]

최근 정성훈·손주인 등 노장들을 팀에서 내보낸 LG 구단에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LG 팬들은 서울 잠실구장 앞에서 양상문 단장 퇴진 시위도 벌이고 있다. [MLB PARK 캡처]

프로야구 LG 트윈스 팬들이 단단히 뿔났다. 최근 LG 팬들은 LG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서울 잠실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4일 릴레이 1인 시위로 시작했는데, 주말 들어 동참자가 늘었다. ‘암흑기 지나니 블랙홀입니까’ ‘FA도 리빌딩도 필요 없다’ 등 구단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현수막도 등장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LG 구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양 감독 시절 시도한 세대교체 #초반 반짝 성과 뒤 다시 내리막 #FA 대어들 놓쳐 전력 보강 못하고 #베테랑 정성훈·손주인 내보내자 #성난 팬들 “암흑기 지나니 블랙홀”

양상문 감독

양상문 감독

팬들이 우선 요구하는 것은 양상문(56·사진) 신임 단장의 퇴진이다. 양상문 단장은 2014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LG 감독을 맡았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단장에 취임했다. 후임 사령탑 자리에는 류중일(54) 감독이 올랐다. LG는 양 단장이 감독이었던 지난 네 시즌 동안 두 차례(2014, 16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양 단장이 감독으로 부임했던 2014년 5월 당시 LG는 꼴찌였다.

양상문 단장은 감독 시절, 젊은 선수 위주의 팀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2015년에는 9위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준플레이오프에 나서는 등 구체적 성과도 있었다. 올해는 자유계약선수(FA)였던 투수 차우찬(30)을 영입하면서 전력이 한층 좋아졌다. 하지만 막판까지 순위 싸움을 벌이다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팀 평균자책점 1위(4.30)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했지만, 허약한 타선 탓에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노장 박용택(37)이 고군분투 덕분이었지, 젊은 타자들의 성장은 더뎠다.

자연스레 양상문 단장이 주도한 세대교체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 베테랑 정성훈(37)의 방출이 기폭제가 됐다. LG 구단은 지난 22일 2차 드래프트에 앞서 정성훈에게 방출 사실을 통보했다.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하고, 다른 구단이 지명하지 않아도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2차 드래프트에선 손주인(34)·이병규(34·등 번호 7번)·유원상(31)·백창수(29) 등이 LG를 떠났다. LG는 대신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20대 초·중반 선수 3명을 영입했다. 양상문 단장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젊은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LG 팬들은 이 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팀 공헌도가 높았던 노장인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내쳤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15경기에서 타율 0.312, 6홈런·30타점을 기록한 정성훈이나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헌신한 손주인을 내보낸 건 문제라는 목소리다.

팬들의 반발에는 LG 구단의 잘못도 한몫했다. 2015년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외야수 이진영은 kt로 이적했다. 이진영은 그해 kt에서 타율 0.332, 10홈런·72타점을 올렸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한 이병규(43)는 지난 시즌 1경기만 뛴 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에 밀려 1군에 올라갈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여기에 LG가 최근 FA 영입전에서도 밀리면서 팬들의 실망은 더 커졌다. 지난 13일 kt와 4년간 88억원에 계약한 FA 내야수 황재균(30)과 최근 롯데(4년 98억원)에 남기로 한 외야수 손아섭(29)은 LG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영입대상 1순위로 점 찍었던 선수들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LG는 영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자 조용히 발을 뺐다. FA 민병헌(30), 김현수(29) 등이 아직 시장에 남아있지만, LG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LG는 류중일 감독과 함께 내년 시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류 감독 계약 기간(2018~20년) 동안 우승한다는 당찬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지도 못했는데 난관에 부딪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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