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본동아파트 3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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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들이기」캠페인을 별이고 있는 서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3단지 어머니회원들은 지난21일 안정희 회장(53) 집에서 가로·세로줄로 나눈 「줄파티」를 열었다. 오후 내내 함께 배워만든 잡채·약밥·피자·닭강정 등의 요리와 차를 들면서 이야기꽃을 피운 이웃 주부들은 모두 11명.
『시내버스에서도 여려 차례 봤지만 왠지 엄두가 안 나서 인사를 못했네요.』
『진작 이렇게 만났더라면 좋을걸 그랬군요. 다음 주엔 저희 집에도 좀 놀러오세요.』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지내온 주부들은 금새 이웃끼리의 친근감을 되찾았다.
이 어머니회가 「정들이기」캠페인을 위해 처음 시도한 것은 가난한 심장병 여중생의 수술비를 마련키 위해 가졌던 동네바자였다. 지난해11월 사흘간의 바자에서 생긴 수익금으로 강원도산골 여중학생의 심장병을 치료해줌으로써 많은 이웃들이 서로 낯을 익혔고 「우리가 힘을 합쳐 좋은 일을 했다」는 보람도 맛보았다.
그 정도로는 이웃들이 두루 사귈 수 없다는 생각에서 48명의 어머니회원들이 자신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로·세로에 사는 이웃들을 초대하는 「줄파티」를 시작한 것은 지난 11일. 이런 다과초대가 곳곳에서 잇달아 열리는 사이 다음 번 심장병어린이돕기를 위한 기금마련방법이라든지, 아파트단지 내 노인정의 노인들을 위한 소일거리와 부업을 주선하는 방안 등 서로 도우며 사는 재미와 보람을 가꾸려는 의견들이 활발히 오가게 되었다.
또 같은 동 주민들끼리 매달1일과 15일 아침에 아파트주변을 대청소한다든지, 아파트 지하실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꾸며서 강좌나 주민들끼리의 모임 및 각 가정의 경조사에도 이용하는 등의 「정들이기 성공사례」들도 서로 배운다.
이날 안회장 집에서 열린 「줄파티」에서도 옆동에서 놀러온 장혜자씨(60)의 제안으로 올 봄엔 아파트단지전체 주민들을 위한 체육대회를 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장씨가 『우리 동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이웃들을 만나도 서로 외면하게 되는 서먹함을 씻기 위해 지난 11월초 인근 파리공원에서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리는 운동화를 열었는데 집집에서 한 대접씩 내놓은 쌀로 떡도 만들어서 나눠먹고 했더니 놀랍도록 화기애애해졌다』고 자랑했던 것.
이 어머니회 회원들은 매주 한차례씩 모여 「보다 깊고 넓게 정 들이는 방법」들을 상의하면서 다함께 꽃꽂이도 배우고, 노인정 노인들의 머리를 무료로 손질해주는 오화숙씨(40) 처럼 각자의 능력과 시간 사정에 따라 개인적으로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기도 한다.
오씨는 『전혀 다른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서로 모여 최근에 형성된 아파트단지인 만큼 자칫하면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산만하고 이기적인 분위기가 생기기 쉬울 것 같아서 「정들이기」캠페인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맹자의 어머니는 자녀교육을 의해 세 번씩이나 이사다녔다지만 우리는 바로 이곳을 자녀교육뿐 아니라 모든 연에서 그 어느 곳보다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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