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캔버스」의 질 엉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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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화의 기본소재인 캔버스가 제대로 제작되지 않아 작품이 손상을 입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캔버스의 밑 처리가 제대로 돼있지 않을 경우 아무리 좋은 물감을 써도 작품이 훼손되기 쉽다.
미술품 복원가 최명윤씨는 『훼손된 작품의 약90%가 캔버스의 잘못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림 천은 수분에 견딜 수 있도록 반드시 별도의 처리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이 필수다. 프랑스에서는 천을 찬물에 빨아 잡아당긴 후 마르면 열과 수증기를 반복적으로 쏘여가며 천을 다시 잡아당기는데 이 같은 과정으로 만든 캔버스를 「데카티」라 부른다.
그러나 국산캔버스의 경우 대부분 영세, 가내수공업형대로 일반 마직 장판을 가져다가 홋수에 맞춰 잘라 틀에 고정시키는 작업만을 하여 시중에 내놓고 있는 실정.
이렇게 허술한 상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장마철만 되면 화폭이 늘어나는 현상을 빚게된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1년 동안 습도의 편차가 30%를 넘나들 정도로 커서 화폭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현상을 반복하게 돼 10∼15년만 지나면 대부분의 작품에서 균열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천을 그냥 사용하기 때문에 가로·세로의 올이 고르지도 않다.
서양화가 김형혁씨는 『국산캔버스는 천의 싸임도 평직으로만 고정돼 있어 질감을 다양하게 살릴 수 없어 불만』이라고 말하고 『연간미술대학을 거쳐 나오는 이들도 7천여 명이나 되는 등 미술인구도 크게 늘었으므로 이제는 캔버스만을 위한 별도직조양식이 다양하게 강구돼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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