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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보수화된 여성이 선택한 인생설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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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Why?'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남인숙 지음, 랜덤하우스중앙)는 2004년 출간돼 지금까지 2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이 책의 성공은 10여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일이 더 이상 도전.패기가 아니라 안정.실리 추구 쪽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20대에 속물이 돼야 30대에 고단하지 않다"고 충고하는데, 그런 권유에 기꺼이 경청한다는 얘기다.

사실 책에는"사랑 혹은 이상 지상주의로는 살수 없다" "한국적 현실에서 결혼은 지위나 경제력이 여자보다 나은 남자와 하는 것이다"등 '젊은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지만, 보수적 발언 일색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30대는 20대를 어떻게 살았는가. 1990년대를 살았던 20대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힘들기도 했다. 때문에 성공한 여자일수록 '전사'이미지가 강했다. 또한 인간으로 주체성을 깨닫는 일이 지상과제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2000년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들은 선배들처럼 여성성을 해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여성성을 활용하며, 그 어느 때보다 청순하고 소녀 같은 여자로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 따위 때문에 울지 않는 것이다.

한미화<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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