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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읽기] 돼지·박쥐·인간의 공통점이 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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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물들은 왜?
미다스 데커스 지음, 이옥용 옮김, 영림카디널, 359쪽, 1만2000원

나무늘보의 온몸엔 녹조류가 잔뜩 덮여 있다. 왜? 씻기에는 너무 게으르기 때문이다. 마이애미 동물원의 호랑이는 가르랑거리며 자동차 타이어와 성교를 한다. 왜? 야생 상태에서 짝짓기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재미있는 '동물 상식'들을 가르쳐주는 건, 지난해 말 '시간의 이빨'이란 인상 깊은 책으로 한국 독자들과 처음 만난 네덜란드 생물학자 미다스 데커스다.

생물학.의학.동물생태학, 미술사와 건축학까지를 넘나들며 삶과 죽음의 섭리를 설파하던 그가 이번에는 인간과 동물의 먹고 마시고 성교 하는 모든 행태 사이에 일종의 접붙이기를 시도했다. 그런 만큼 "동물들은 왜?"란 말은 곧 "인간들은 왜!"란 질문으로 이어진다. 동물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은 의외로 먼 거리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인간과 동물 간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씌여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데커스가 주로 말하고자 하는 건 인간 그 자체다. 먹잇감인 야생 고양이를 새끼로 알고 돌보는 어느 얼빠진 비비 얘기를 하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가까이 있는 거울 앞에 서 보라'고 주문하거나, 이제는 사라진 진짜 야생 들소 얘기를 들먹이다 '뱀에게서 독을, 모기에게서 침을, 쐐기풀에선 쐐기만 빼내 사육시키면 된다고 믿는 인간들'에게 신랄한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식이다.

그러니 이제 누가 당신에게 "이 돼지 같은 놈"이라거나 "이 박쥐 같은 인간"이라 욕해도 화 낼 일이 아니다. 인간이란 본래 동물의 한 종류이며 가만 생각해 보면 돼지나 박쥐와 공통점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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