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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전력산업이 4차 산업혁명과 만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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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유정준 집단에너지협회장 SK E&S 사장

유정준 집단에너지협회장 SK E&S 사장

현재 전력 산업의 글로벌 트랜드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 탈집중화(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로 대표되는 일명 3D 시대로 대변된다.

전기의 생산, 유통, 소비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탈탄소화를 통해 친환경 전기 생산을 늘리고 분산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전기 공급의 안정성과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전력산업은 생산에 대한 논의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증가하는 최대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형발전소 중심으로 공급을 늘려왔고, 그 결과 전체 중 약 30%에 달하는 설비들이 연중 300일 넘게 멈춰 있는 비효율적인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또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초고압 송전망은 반대 여론과 안정성의 문제로 건립에 차질이 생기며 원거리 발전소는 건설하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전력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의 확충이 아니라, 분산형 전원을 확대해 생산과 소비를 일치시켜 나가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분산형 전원은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각 가정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형태이지만 재생 에너지는 간헐성과 규모의 확대 측면에서 아직 보완할 점들이 많다. 그 과정에서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친환경 전원이 바로 집단에너지다.

집단에너지는 제2차 석유파동에 놀란 정부가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해 1990년대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당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도권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면서 주거지 내에 설치가 가능한 집단에너지가 최적의 솔루션이었다.

2011년 발생한 순환 정전 사태와 전력 예비율이 매우 낮았던 시기에도 집단에너지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안정적인 국가 전력수급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집단에너지 업계는 수년간 적자경영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정부가 집단에너지의 필요성과 기여도는 인정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개선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문제다.

최근 몇 년간의 국내 전력수요 추이를 들여다보면 평균 수요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일 년 중 한 달 내외밖에 되지 않는 최대수요는 계속 증가 중이다. 그렇다고 이에 맞추어 설비를 늘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전력의 생산을 분산시켜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디지털과 만나면 불필요한 인프라 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전력산업이 4차 산업혁명과 만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유정준 집단에너지협회장·SK E&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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