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핵심은 표준” “전력 비효율 줄이는 게 친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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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존 월터 국제표준화기구 차기 회장

존 월터 국제표준화기구(ISO) 차기 회장

존 월터 국제표준화기구(ISO) 차기 회장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용어에 관한 혼란이 있는 걸로 안다. 3차 산업혁명의 확장으로 보든 새 용어를 쓰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우린 제조업의 틀부터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방식까지 모든 걸 바꿔 놓을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가 핵심이다.”
왜 표준이 중요한가?
“불을 켜는 것,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 것 등 우리 주변에서 관찰 가능한 모든 움직임은 일정한 약속을 따른다. 그게 표준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규칙을 마련하는 건 불확실한 환경에서 확실성을 제공한다. 앞으로는 물리적·생물학적 경계가 더욱 모호해 질 것이다. 하드웨어나 운영체제, 제조사와 관계 없이 어디서나 통용되는 약속을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앞으로 태어날,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수많은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도 표준의 역할은 크다.”
가장 시급하게 표준 체계 구축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전 세계가 직면한 고령화와 관련해 의료서비스 분야의 표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좋은 지적이지만 무엇보다 급한 건 ‘보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은 ‘연결성’이다. 그 연결의 바탕엔 인터넷과 각종 통신기술이 있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듯 사회의 안정성을 파괴하려는 세력이 언제나 있고, 그들은 갈수록 정교해진다. 무심코 연 메일 하나가 한 회사 전체의 서버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가 이미 이런 연결 시스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공격에 대비할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건 특정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존 월터 국제표준화기구(ISO) 차기 회장

국가기술표준원이 22일 ‘표준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을 주제로 4차 산업혁명 국제표준포럼을 개최했다.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존 월터(John Walter) 국제표준화기구(ISO) 차기(2018년) 회장을 포럼 전날 만나 인터뷰했다. 1947년 설립한 ISO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교류를 위해 전 세계 162개국이 참여하는 단체로 현재 2만1848개의 국제 표준을 관장한다.

프란츠 브리즈빅 IEC 사무총장

프란츠 브리즈빅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

프란츠 브리즈빅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간 이종교배가 활발할 것이란 예측이 많은데?
“전례 없는 통합이 시작되리라 본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인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제조뿐만 아니라 디자인, 유통 및 판매, 창고·폐기물 관리 등 다양한 기술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이런 과정이 쉽고 빠르게 진행되려면 별도의 통합 노력 없이도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협업은 좋지만 각 영역별로 기득권이 있다.
“산업의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듯 표준 역시 그렇다. 스마트시티만 해도 IEC가 주도해 포럼을 열고, 전 세계적인 협력을 촉구하는 단계다. 국가별, 기구별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다만 하나의 표준으로 조금씩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다. 정부 조직 내에서도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A부처는 전기, B부처는 통신 이런 식으로는 초연결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 어렵다.”
전력 분야, 특히 스마트시티 전문가다. 한국은 요즘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관심이 많다.
“탈(脫)원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발전원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국가의 특성을 봐야 할 문제지만 친환경적인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국은 국경의 한계를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럽 국가들은 생산한 전력을 필요에 따라 나눠 쓴다. 한국도 중국·일본과 머리를 맞댈 때가 됐다. 비효율을 줄이는 게 진짜 친환경이다.”
한국도 스마트시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어차피 런던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를 스마트시티로 만드는 건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린다. 작은 스마트시티를 여러 개 만든다는 목표가 중요하다. 제주도는 친환경적이면서, 자생력도 뛰어난 곳이다. 성공 모델이 나올 걸로 본다.” 

프란츠 브리즈빅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

프란츠 브리즈빅(Frans Vreeswijk)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은 이번 포럼에서 두 번째 기조연설에 나섰다. IEC는 ISO·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 3대 표준화기구 중 하나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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