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월터 국제표준화기구 차기 회장
-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까지 만들었다.
- “용어에 관한 혼란이 있는 걸로 안다. 3차 산업혁명의 확장으로 보든 새 용어를 쓰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우린 제조업의 틀부터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방식까지 모든 걸 바꿔 놓을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가 핵심이다.”
- 왜 표준이 중요한가?
- “불을 켜는 것,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 것 등 우리 주변에서 관찰 가능한 모든 움직임은 일정한 약속을 따른다. 그게 표준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규칙을 마련하는 건 불확실한 환경에서 확실성을 제공한다. 앞으로는 물리적·생물학적 경계가 더욱 모호해 질 것이다. 하드웨어나 운영체제, 제조사와 관계 없이 어디서나 통용되는 약속을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앞으로 태어날,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수많은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도 표준의 역할은 크다.”
- 가장 시급하게 표준 체계 구축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 “전 세계가 직면한 고령화와 관련해 의료서비스 분야의 표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좋은 지적이지만 무엇보다 급한 건 ‘보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은 ‘연결성’이다. 그 연결의 바탕엔 인터넷과 각종 통신기술이 있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듯 사회의 안정성을 파괴하려는 세력이 언제나 있고, 그들은 갈수록 정교해진다. 무심코 연 메일 하나가 한 회사 전체의 서버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가 이미 이런 연결 시스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공격에 대비할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건 특정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존 월터 국제표준화기구(ISO) 차기 회장
국가기술표준원이 22일 ‘표준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을 주제로 4차 산업혁명 국제표준포럼을 개최했다.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존 월터(John Walter) 국제표준화기구(ISO) 차기(2018년) 회장을 포럼 전날 만나 인터뷰했다. 1947년 설립한 ISO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교류를 위해 전 세계 162개국이 참여하는 단체로 현재 2만1848개의 국제 표준을 관장한다.
프란츠 브리즈빅 IEC 사무총장
-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간 이종교배가 활발할 것이란 예측이 많은데?
- “전례 없는 통합이 시작되리라 본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인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제조뿐만 아니라 디자인, 유통 및 판매, 창고·폐기물 관리 등 다양한 기술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이런 과정이 쉽고 빠르게 진행되려면 별도의 통합 노력 없이도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 협업은 좋지만 각 영역별로 기득권이 있다.
- “산업의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듯 표준 역시 그렇다. 스마트시티만 해도 IEC가 주도해 포럼을 열고, 전 세계적인 협력을 촉구하는 단계다. 국가별, 기구별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다만 하나의 표준으로 조금씩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다. 정부 조직 내에서도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A부처는 전기, B부처는 통신 이런 식으로는 초연결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 어렵다.”
- 전력 분야, 특히 스마트시티 전문가다. 한국은 요즘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관심이 많다.
- “탈(脫)원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발전원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국가의 특성을 봐야 할 문제지만 친환경적인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국은 국경의 한계를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럽 국가들은 생산한 전력을 필요에 따라 나눠 쓴다. 한국도 중국·일본과 머리를 맞댈 때가 됐다. 비효율을 줄이는 게 진짜 친환경이다.”
- 한국도 스마트시티 사업이 진행 중이다.
- “어차피 런던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를 스마트시티로 만드는 건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린다. 작은 스마트시티를 여러 개 만든다는 목표가 중요하다. 제주도는 친환경적이면서, 자생력도 뛰어난 곳이다. 성공 모델이 나올 걸로 본다.”
프란츠 브리즈빅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
프란츠 브리즈빅(Frans Vreeswijk)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은 이번 포럼에서 두 번째 기조연설에 나섰다. IEC는 ISO·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 3대 표준화기구 중 하나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