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 쑹타오 빈손 귀국 날, 북 테러지원국 낙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중국 기업까지 포함된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북한이 고통을 느낄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9년 만에 재지정 #‘4No’ 등 대화 메시지에 반응 없자 #트럼프 “북 고통 느낄 때까지 압박” #북, 미사일 발사 등 맞대응 가능성

미국의 결정은 북핵 문제의 해법을 놓고 강공보다 대화를 선호하는 한국과의 물밑 조율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잠시 진정되는가 싶던 북·미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사이버 공격 같은 도발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로선 ‘4 No(북한 정권교체, 정권붕괴, 흡수통일, 침공은 없다)’ 원칙도 밝혀보고, “김정은과 친구가 되려 애쓰고 있다”는 메시지도 던져 봤지만 꼼짝도 않는 북한을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기사

미 정부가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근거로 내세운 건 크게 두 가지. 첫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을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신경가스로 독살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에 억류됐던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6월 북한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난 지 6일 만에 숨진 사실이다.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 정권을 “살인 정권”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북한이 전혀 미국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고, 중국을 통한 간접 설득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2~3개 채널을 통한 북·미 접촉은 지난 6~8월 이후엔 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북한을 갔는데도 별 성과 없이 빈손으로 귀국하자 망설임 없이 재지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김정은 정권의 잔악성을 부각시키는 상징적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다. 무역 제재, 대외원조 금지 등의 제재 조치가 이미 유엔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미 간 타협의 상징(2008년 테러지원국 해제)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정부는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이란 메시지를 밝혀 달라”는 희망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우리는 여전히 외교를 희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멈추지 않고 재무부를 통해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을 예고했다.

21일(현지시간)부터 발표될 대북 추가 제재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 관련된 기관과 개인들이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