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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보다 강한 열정으로, 겨울패럴림픽 첫 금 겨눈 신의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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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개최국인 한국이 지금까지 패럴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은 ‘0개’다. 2002년 솔트레이크에 출전한 알파인스키 한상민, 2010년 밴쿠버 대회에 나갔던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각각 은메달을 딴 게 최고 성적이다. 내년 3월 평창 패럴림픽에선 애국가가 울려퍼질 가능성이 크다. 노르딕스키의 간판 신의현(38·창성건설·사진)이 패럴림픽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신의현. [뉴시스]

신의현. [뉴시스]

신의현은 지난 3월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2017 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 장거리(15㎞) 금메달, 바이애슬론 스프린트(7.5㎞) 은메달, 크로스컨트리 중거리(7.5㎞) 동메달을 따냈다. 특히 주종목인 크로스컨트리 15㎞에선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신의현은 “패럴림픽을 앞두고 많은 지원을 받았다. 해외 전지훈련을 하면서 준비도 철저히 했다. 정신력이 필요한 장거리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휠체어 농구 등 거쳐 노르딕 스키 #2년도 안 돼 월드컵 금메달 따내 #장거리 압도적 기량, 평창 금 유력 #숨 가빠 심장혈관 수술까지 고려

충남 공주 출신인 신의현은 중도 장애인이다. 대학 졸업을 하루 앞둔 2006년 2월, 운전을 하다 반대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이 신의현의 부모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선택을 내렸다. 7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생명은 건졌지만 깨어난 신의현은 충격을 받았다. 부모님을 원망하며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2007년 베트남에서 아내 김희선 씨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결혼 이후에도 그의 앞길은 순탄치 않았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2009년 가을, 신의현의 운명이 바뀌었다. 우연한 기회에 휠체어농구를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휠체어를 탄 채 코트를 누비면서 그는 삶의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신의현은 “운동을 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희망이 생기자 그의 꿈은 점점 커졌다. 아이스 슬레지하키, 휠체어 사이클에도 도전했다. 그리고 2015년 8월엔 패럴림픽을 앞두고 창단된 창성건설 노르딕스키팀에 합류했다. 체력이 뛰어나고 의지력이 강한 신의현에게 노르딕스키는 안성맞춤이었다. 반 년만인 2016년 3월 핀란드 월드컵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활력을 되찾던 신의현은 패럴림픽을 앞두고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경우가 잦아졌다. 선천성 부정맥이 의심됐다. 스포츠의과학 업무를 총괄하는 대한장애인체육회 김호묵 팀장은 “심장 혈관에 금속 그물을 넣어 확장하는 스텐트 시술을 받는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대 위에서 확인한 결과 부정맥은 아니라는 진단이 내려져 그대로 수술실을 나왔다. 다시 스틱을 잡은 신의현은 “내 열정이 너무 강해 심장에 무리가 간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신의현은 지난 겨울을 바쁘게 보냈다. 미국·뉴질랜드·핀란드를 오가며 몸을 만들면서 훈련을 거듭했다. 신의현은 “힘들다가도 평창 패럴림픽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생겨난다”며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계획없이 자포자기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평창 패럴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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