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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앞두고 국회 간 MBC 무한도전, 팬들이 실망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국회 찾은 무한도전 멤버들. [사진 인스타그램]

국회 찾은 무한도전 멤버들. [사진 인스타그램]

그토록 기다리던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25일 방송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촬영을 20일 진행했다. 지난 4월 무한도전의 '국민의원' 편에 출연했던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 등 근황을 알리기 위한 일환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 및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거나 우려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MBC 노조 총파업 당시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무한도전'의 촬영 소식인데, 왜 팬들은 이렇듯 우려를 나타냈을까.

무한도전, 국회 방문해 박주민 의원과 인터뷰 #이 소식에 팬들, "옛날 무도로 돌아오라"…왜? #'대한민국 평균 이하' 강조했던 옛날 무도 #의미 치중하며 '무한도전' 옛 색깔 잃자 우려

무한도전이 방송 초기부터 강조했던 모토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다. 그렇기에 무한도전 초기 배우 차승원을 게스트로 초대해놓고 연탄 나르기 대결을 했고, 그 대결을 위해 갯벌 감옥을 탈출하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황소와 힘 대결을 하다 어이없게 무너지기도 했고, 지하철과 달리기 시합도 했으며, 하다 하다 목욕탕 배수구와 욕탕 물 빨리 빼내기 대결까지 진지하게 치러냈다. 한 멤버의 음주 후 노상방뇨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변호사까지 출연시키는 등 다소 엉뚱한 재미가 이어졌다. 이들 편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무한도전의 레전드 편으로 회자되고 있다.

MBC '무한도전'

MBC '무한도전'

하지만 그러던 무한도전이 회를 거듭하면서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은 초기 사소한 것, 그리고 하찮은 것에서 의미와 가치를 끌어내며 자연스럽게 재미를 잡아왔다"며 "그런데 최근 무한도전은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3월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작정 알래스카로 김상덕 씨를 찾아 나서던 무한도전(195회 알래스카 편)은 지난해 11월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며 북극곰을 보러 가는 식(508회 북극곰의 눈물 편)으로 바뀌었다. 국회의원들을 직접 출연시켜 방청객과 직접 소통의 장을 마련했던 국민의원 편도 재미보다는 의미에 치중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전에도 무한도전은 종종 의미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2010년 2월 나비효과 편이 대표적이다. 당시 출연진들은 두 팀으로 나눠 따뜻한 몰디브와 추운 북극으로 휴양을 갔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몰디브에서 에어컨을 작동하면 더운 바람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녹는 장면을 연출했다. 자신의 행위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지구온난화라는 다소 무거운 의미가 담겼지만 여기에서도 무한도전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이기주의 등 '모자람'이 묻어났기에 심각성은 저하되고 재미와 함께 메시지만 남았다. 결국 나비효과 편은 당시 호평을 받았다.

이번 국회 촬영 소식이 특히 우려를 자아내는 건, 파업 전 무한도전이 보여줬던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월 무한도전은 7주간 처음으로 휴식기를 가진 뒤 3월 방송을 재개했다. 그런데 애청자들이 기대했던 무한도전의 색깔을 대신 채운 건 박보검, 김수현, 김연아, 서현진, 이효리, 스테판 커리 등 초호화 게스트를 불러 이들에 의지해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이었다. 레슬링, 에어로빅, 조정, 봅슬레이 등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에 맞게 그동안 보여줬던 도전도 자취를 감췄다. 이러던 와중에 국회 촬영 소식부터 전해지니 "제발 옛날 모습으로 돌아오라"는 팬들이 많을 수밖에.

무한도전 관련기사의 댓글 [사진 네이버]

무한도전 관련기사의 댓글 [사진 네이버]

김헌식 평론가는 "무한도전은 10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며 하나의 문화권력이 됐다"며 "권력이 대중을 가르치려는 모습은 오히려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즈 쫄티를 숱하게 입던 무한도전 멤버들이, 양복을 걸쳐 입는 횟수가 늘고 있다. 무한도전에 맞는 옷이 뭘지 김태호 PD와 무한도전 멤버들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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