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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많아지는 한반도 문턱...외교 신호일까

중앙일보

입력

남·북을 찾는 ‘묵직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 대(對) 강 대결 국면에서 외교가 작동할 여지가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일부는 20일 고(故) 류미영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의 아들 최모씨의 방북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북한 조선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회 측으로부터 신변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초청장을 받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머니의 사망 1주기(23일)를 맞아 성묘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22~25일 방북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류미영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중앙 포토]

류미영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중앙 포토]

최씨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국적자가 북한의 초청으로 북한에 가는 첫 사례가 된다. 정부는 민간 및 인도지원 단체의 북한 주민 접촉을 승인하고 방북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북한 측이 거부해왔다.

최씨의 아버지인 최덕신 전 외무장관(1961~63년)은 67년부터 7대 천도교 교령을 맡아 민족종교 부흥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불화로 캐나다로 이민갔다가 80년대 북한에 들어가 천도교청우당을 이끌었다. 89년 사망 이후엔 부인 류미영이 뒤를 이었다. 천도교청우당은 북한 노동당의 우당(友黨) 역할을 하고 있다.

최씨의 방북이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이는 신호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최씨를 초청한 것은 최씨 부모의 북한 내 위상과 관련된 것”이라며 “남북관계 정상화와 연관이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러의 고위급 당국자도 잇따라 한국을 방문한다. 허이팅(何毅亭) 공산당 중앙당교 부교장(21~23일)과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26~28일)이다. 이들의 방한은 특히 북한과 간접적 소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르굴로프 차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행사 참석차 방한하지만,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회담할 계획이다. 마르굴로프 차관은 지난 9월과 10월 잇따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과 직접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이를 계기로 확인한 북한의 정세 인식 등을 한국 측과 공유할 것이라고 한다.

허 부교장의 주된 방한 목적은 19차 중국 당 대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직후라는 시점을 주목할 만하다. 한동안 중국 고위급 당국자들의 방문을 아예 접수하지 않았던 북한의 태도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북·중 간 관계 정상화 혹은 관계 회복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이 허 부교장을 통해 쑹 부장의 방북 결과를 한국에 전달해 줄 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외교적 동력이 붙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국면”이라며 “우리로서는 북·미 혹은 북·중 간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핵 동결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 등 봉합 수준에서 외교가 멈추지 않도록 미·중과 지속적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에 대해서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섣불리 낙관할 수는 없다. 공개적으로 나오는 메시지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 영자지 더네이션은 문성모 주태국 북한 대사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전쟁에서 확실히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문 대사는 “협상은 미국이 대북 공격 계획을 철회해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정용수·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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