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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유가에 원화 강세까지 … 한국경제 ‘신 3고’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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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3% 전망에서 0.2%포인트 높여 잡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4% 늘며 ‘깜짝’ 성장했다.

IMF, 올 성장률 3.2%로 높였지만 #시중 금리 상승세로 가계 빚 압박 #유가 60달러 돌파, 물가 상승 압력 #원화 가치 올 9.6% 올라 수출 부담 #“소비·투자 이끌어낼 기반 조성해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20% 넘게 상승했다. 3분기 코스피 상장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0.59%, 27.66% 증가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 주식 순매수 금액은 지난달 현재 89억4700만 달러다. 채권시장에는 9월 말 현재 11조4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수치로만 보면 한국 경제는 순항 중이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병이 만만찮다. 경제 체력이 강해지자 오히려 원화값·금리·유가가 뛰는 ‘신 3고’의 먹구름이 몰려올 수 있어서다.

‘신 3고 시대’ 원화 가치 고삐 풀리고, 유가 오르고, 금리도 올라

‘신 3고 시대’ 원화 가치 고삐 풀리고, 유가 오르고, 금리도 올라

원화가치는 지난 17일 달러당 1100원 선이 무너질 정도로 강세다. 금리 인상 기대감과 기업 실적 호조 등으로 밀려드는 외국인 자금과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가 원화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1월 3일~11월 17일)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9.64% 올랐다. 유로화(13.31%) 절상률에는 못 미쳤지만 영국 파운드화(7.99%)와 일본 엔화(5.04%), 중국 위안화(5.10%)보다 상승 폭이 컸다.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는 양날의 칼이다. 수입 물가가 떨어지면 가계와 기업의 지갑이 두둑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수 진작에는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 기업에는 부담이다.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오르면 한국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진다. 경제에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 오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0.0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배경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원화가치가 10% 오를 때 수출 가격은 1.9%포인트 증가에 그쳐 나머지 8.1%포인트는 기업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상승세로 돌아선 국제 유가도 한국 경제엔 부정적 요인이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말 2년4개월 만에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원유 수입 가격이 오르면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 경상수지도 악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0.25%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도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틀면서 세계 경제는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행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미 지난번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지난 14일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2.211%까지 올랐다. 2014년 12월 8일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 빚이 14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가계의 부담을 늘리고 기업의 투자 비용 등을 키울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신 3고 복병을 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흔들릴 수 있다”며 “재정과 조세 정책을 탄력적으로 대응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고금리 시대에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원화 강세와 고금리, 유가 상승 등 위험 요인을 감안하면 한은이 긴축 속도를 다소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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