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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유머 궁금해? 이 핸드백에 답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버버리가 새로 론칭한 '두들 컬렉션'.

버버리가 새로 론칭한 '두들 컬렉션'.

국가에도 이미지가 있다. 이름만으로 연상되는 어떤 장면이다. 영국이라면 길거리 한 쪽 벽을 덮은 원색의 그래피티, 햇빛이 내리 쬐다 어느새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 격식을 따지면서도 은근히 드러나는 신사의 유머쯤이 아닐까. 이번 시즌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 버버리는 여기에 걸맞는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했다. 영국에 의한, 가장 영국적인 '두들 컬렉션'이다. 글=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버버리

두들 컬렉션으로 나온 리버시블 토트백 라지 사이즈. 기분에 따라 두 가지 느낌으로 들 수 있다.

두들 컬렉션으로 나온 리버시블 토트백 라지 사이즈. 기분에 따라 두 가지 느낌으로 들 수 있다.

'두들(Doodle)'은 '장난스러운 낙서'라는 뜻이다. 두들 컬렉션은 이름 그대로 펠트 마커 펜을 사용해 제품마다 장난기 넘치는 낙서를 녹여냈다. 뒤집어서 안감과 겉감을 모두 쓸 수 있는 캔버스 소재 토트 백부터 스니커즈, 실크·면 혼방 스카프, 지갑·파우치·벨트 등 스몰 액세서리까지 아우른다. 2018년 1월 컬렉션에서는 화려한 네온 컬러를 더해 드레스·트렌치코트·스웨트셔츠 등 남성·여성복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버버리 측은 "그래피티 문양은 물론이고 영국 국기에 들어가는 빨강·흰색·파랑색, 어두운 폭풍우와 무지개, 줄무늬와 물방울 무늬 등 다양한 영국적 디자인 요소들을 녹여냈다"고 밝혔다. 두들 컬렉션 제품은 현재 버버리 매장 및 온라인(Burberry.com) 에서 판매 중이다.

두들 컬렉션의 리버시블 토트백 미디엄 사이즈.

두들 컬렉션의 리버시블 토트백 미디엄 사이즈.

두들 컬렉션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11~12월 두달 간 글로벌 이벤트도 열린다. 영국 일러스트레이터인 대니 산그라(Danny Sangra)와 손잡고 그가 재해석한 두들 핸드백 독점판(Exclusive Edition)을 일부 도시에서만 선보이는 게 그 중 하나다. 11월 뉴욕을 시작으로 도쿄·서울, 12월 베이징·런던 등 전세계 주요 버버리 매장에서만 판매되는데, 판매기간 중에는 대니가 해당 매장을 찾아 고객 맞춤 제작을 해 주는 행사도 마련된다. 서울 행사가 열리는 청담동 버버리 플래그십의 독점판 판매는 28일부터 12월 3일까지, 산그라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28~29일 이틀간 진행된다. 행사 중 매장의 윈도우 및 내부 디스플레이 역시 산그라가 작업한 '두들 컨셉트'로 탈바꿈한다.

버버리 두들 컬렉션 독점판을 만든 아티스트 대니 산그라.

버버리 두들 컬렉션 독점판을 만든 아티스트 대니 산그라.

곧 서울을 찾는 그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산그라는 이번 두들 컬렉션 작업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일단 버버리와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란다. 2017년에만 벌써 두 번을 함께했다. 지난 여름 버버리의 아카이브 프로젝트인 '나우 덴(Now Then)'으로 올해 첫 인연을 맺었다. 버버리 광고가 실린 오래된 매거진과 자료에 그의 페인팅 작업을 더하는 일이었다. 새로웠지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작업'이라는 그의 말대로 곧장 다음 협업으로 이어졌다. 가을에는 버버리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만드는 일을 맡았다. 일러스트가 하나둘씩 등장하며 더해지는 패치워크 스타일이었다. 그는 "두들 토트백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과거 두 작업의 중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듯 핸드백에 그려주기도 하지만 고객 요청에 따라 제각각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AR 프로젝트와 비슷하다"는 이야기였다.

런던 뉴욕 도쿄 베이징 서울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대니 산그라의 독점판 '두들 토트백'.

런던 뉴욕 도쿄 베이징 서울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대니 산그라의 독점판 '두들 토트백'.

그는 두들 컬렉션의 모티브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영국 문화에서 가장 좋은 점' 혹은 '영국인이 아니면 모를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유머'라고 답했다. 우울하거나 곤란한 상황에서조차 천연덕스러우면서도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가령 갑작스럽게 유치장에 갇힌 와중에도 그곳의 시설과 응대방식을 호텔·식당 사용후기처럼 써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식이다. 산그라는 "워낙 평소에도 극작가 N F 심슨(N.F Simpson, 1919~2011)과 배우 피터 쿡(Peter Cook, 1937~95), 배우 에밀리 모티머(Emily Mortimer, 1971~)까지, 초현실적인 영국 유머의 전성기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는다"고 밝혔다. 일러스트레이터뿐 아니라 작가·사진가·영화감독으로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는 그는 "장르는 달라지더라도 늘 메시지에 유머를 더하는 작업을 즐기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게 나만의 작업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낙서 같은 일러스트 넣은 버버리 '두들 컬렉션' #날씨, 유니언잭 컬러 등 영국적 이미지 녹여

대니 산그라는 버버리의 과거 지면 광고에 일러스트를 더하는 '나우 앤 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니 산그라는 버버리의 과거 지면 광고에 일러스트를 더하는 '나우 앤 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만약 두들 토트백의 고객이라면 어떤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겠냐'고 물었더니 그는 또 의외의 답을 했다. "나라면, (일러스트가 아니라) 오히려 텍스트를 더해 달라고 하겠다"면서 "묵직하게 느껴지는 글귀나 명언 등을 발랄하게 그림처럼 그려 넣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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