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속된 강 전 치안본부장 수사장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구속이 집행되는 순간 강 전본부장은 불과 1년 전의 경찰총수로서 영욕이 엇갈리는 듯 허탈하고 굳은 표정이었으나 비교적 침착했고,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보도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강 전본부장은 이틀간 계속된 검찰조사에 다소 지친 듯 피로한 기색이었으나 검찰도 전직 경찰총수에 대한 예우를 한 듯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에 수갑은 채우지 않고 수사관 2명이 양쪽 팔장을 낀 채 구치소로 호송.
○…강 전본부장은 구치소로 호송되며 검찰 엘리베이터에서 『피의 사실을 계속 부인했는데 구속된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보도진이 묻자 『업보로 생각하고 수양하겠다』 며 착찹한 표정.
또 현재의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한참동안 입을 열지 않다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한마디 한 뒤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강 전본부장을 조사했던 한 검찰수사관은 『강 전본부강이 15일 하오 자술서를 쓸 때까지만 해도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담담했으나 하오 6시쯤 피의자 신문조서를 타이핑하는 것을 보고 구속을 눈치챈 듯 순순히 조사에 응했다』고 전언.
○…강신욱 중수부 2과장이 서명한 강 전치안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15일 밤 10시45분 대검 중앙수사부수사관이 이날 당직판사인 이근윤 판사에게 신청.
1시간 가량 기록을 검토한 이판사는 11시40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이날 자정쯤 구속이 집행됐다.
○…강 전본부장은 검찰 철야조사과정에서 추위를 호소, 가족들을 통해 내의를 보내달라고 부탁해 15일 하오 5시10분쯤 강 전본부장의 사촌이라는 사람이 쇼핑백에 내의 1벌을 갖고 가 수사관에게 전달.
한편 강 전본부장과 철야대질조사를 받았던 황박사와 윤중진 과학수사연구소장은 강 전본부장에 대한 영장신청 직후인 밤11시쯤 귀가.
○…강 전본부장의 구속으로 박군사건과 관련, 구속된 경찰관은 말단 경장에서 총수까지 모두 9명.
특히 단일사건으로 치안감과 치안총감이 한꺼번에 구속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인데다 치안본부장의 구속은 4·19혁명발포사건(당시는 치안국장) 이후 28년만의 일이어서 박군사건이 얼마나 파문이었는가를 입증.
○…치안본부는 강 전치안본부장 구속사실이 알려지자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 간부들은 『설마했는데…』라며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경찰사상 최악의 사태』라는 반응들.
치안본부의 한 간부는 『강 전본부장이 경찰조직을 살리려다 그렇게 된 것이고 지난해 소환조사까지 받는 등 이미 걸러진 사건인데 구속까지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하며『강 전본부장이 여론무마용 희생양이 되는 것 같다』고 주장. 다른 간부는 『설사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을 때만 구속수사하는 것이 법정선인만큼 입건수사만 해도 되지 않느냐』며 울듯한 표정.
○…권복경 치안본부장은 강 전본부장의 구속에 큰 심정적 타격을 받은 듯 16일 상오 전례 없이 평소보다 45분쯤 늦은 상오 9시5분에야 치안본부 청사에 출근해 침통한 표정으로 간부회의를 주재.
권본부장은 연초부터 경찰관의 금품요구사건, 허위보고 사건, 수원의 용의자 고문사건 등 악재가 잇따른데다 강 전본부장사건까지 겹치자 『경찰총수 자리는 정말 어려운 자리』라고 주변인사들에게 실토하며 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권본부장의 출근이 늦어지자 치안본부의 1∼5 차장은 상오 8시30분쯤부터 각자의 방으로 간부들을 불러 『강 전본부장 사건으로 너무 사기를 잃지 않도록 하라』며 조직내부의 동요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으나 너나없이 어두운 얼굴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