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SHOT
전란과 재난을 피해 중국 북부지역에서 푸젠(福建)성 등 남부지역으로 오랜 기간 이동한 대표적인 집단인 객가인(客家人)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객가인은 타민족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지금의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집단 주거형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토루(土樓)다. 송·원(宋·元)나라 때 생겨나기 시작해 명(明) 왕조 초·중기에 가장 널리 지어졌다. 토루는 원형과 사각 형태의 4~5층으로 견고하게 만든 흙건물로, 아랫부분 1~2층은 창이 없고 흙벽의 두께가 1m 이상에 달하는 요새처럼 건축되었다. 대문을 닫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도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건물의 마당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과 조상을 모시는 사당인 조당(祖堂)이 있다. 한 가구가 1~5층까지 소유하는데 1층은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공간, 2층은 창고, 3~4층은 침실, 5층은 망루로 사용했다. 예전에 미국이 인공위성으로 토루를 보고 미사일 기지로 오인했다고 한다. 200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객가인들은 머리가 좋고 부지런해서 동양의 유대인이라고도 불린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교의 10% 정도와, 쑨원(孫文), 덩샤오핑(鄧小平)을 비롯해,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리 등도 객가인의 혈통이 섞여 있다고 알려졌다.
푸젠성=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