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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생활 보고 배신감 느껴 실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KAL858기 폭파사건 수사결과 발표는 15일 상오9시부터 국가안전기획부 강당과 전시관에서 이상연 1차장의 수사결과 발표와 김현희을 직접 수사한 수사팀의 보충설명, 김현희의 보도진에 대한 공개와 일문일답에 이어 KAL858기의 유류품과 잔해 공개 순으로 1시간4O분동안 진행됐다.
발표에는 국내외 보도진 1백30명이 참석했으며 보도진들은 이날 상오7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모여 안기부측이 제공한 버스 4대 편으로 발표장으로 안내된 뒤 금속탐지기등을 이용한 철저한 몸수색을 받고 입장.
김현희는 회견도중 가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등 시종 울먹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또렷또렷해 지난해 12월15일 입국때의 피로하고 지친 모습과는 달리 다소건강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김은 회견장에 들어서면서 카메라 플래시와 조명이 집중되자 얼굴을 숙인채 마이크가 설치된 단상으로 가 앉았다.
김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퍼머머리에 입국때 입었던 회색체크무늬 상의와 연두색바지, 푸른 줄이 쳐진 흰색 T셔츠를 그대로 입었으며 여직원2명의 안내로 단상에 앉아 질문에 1∼2분간 머뭇거리다 이북 사투리의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내용.
KAL기 폭발을 위한 폭발물 장치과정은.
▲(1분여동안 침묵하다 재차 묻자 작은 목소리로) 폭발물이 장치된 라디오와 약주병을 갖고 김 선생과 함께 바그다드 출국검사대를 통과할때 검문을 받았다.
공항직원이 라디오와 약주병을 검사하려해 단순한 휴대용 라디오라고 설명하고 통과했으며 탑승 전 검색때는 의심받지 않고 통과했다.
탐승직전 대기실에서 김 선생이 라디오 배터리 넣는 곳에 장치된 시한폭탄을 9시간뒤에 폭발하도록 조작했으며 기내에서 우리가 앉았던 7번 좌석위 선반에 폭발물을 놓고 아부다비에서 빠져나왔다.
-심경변화를 일으킨 이유는.
▲인민의 모습과 TV를 통해 많은 것을 보았다. 또 수사관과 그밖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듣고 생각해보니 북에서 들었던 것과는 반대라는 현실을 점차 알게되어 기만당한 사실을 후회하게 되었고 배신감마저 느껴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현재의 심정은.
▲이번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들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죄를 지은 범인으로 처음에는 기자회견을 그만두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시내를 다니면서 본 서울의 발전된 모습과 자유로운 모습, TV를 통해 본 많은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특히 대통령선거때 인민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각기 투표하는 모습에 자유를 실감했다. 나는 죄를 지어 백번 죽어 마땅하지만 내가 죽는다해도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돌아가신 분들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되어 기자회견에 응했다. 앞으로 다시는 이 같은 무의미하고 헛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의 답변은 심한 평양사투리에 목소리가 작아 알아듣기 힘들 정도.
김은 답변 도중 인민·자유·TV등의 용어를 많이 사용했으며 말문이 막히는듯 가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특히 김은 그동안의 조사과정과 서울시내를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한듯 답변 도중에도 간간이 생각에 잠기는듯 했다.
김은 답변이 모두 끝난 뒤 주머니에서 노란색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으며 상오10시3O분쯤 수사관의 안내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발표자료에는 김현희가 국내에서 수사를 받으며 쓴 「페이지에 걸친 자필진술서가 함께 공개됐다.
김은 지난해 12월28일자로 되어 있는 이 진술서에서 평범한 필체로 비교적 간결하게 폭파경위를 적었는데 「배웅」을 「바래움」, 「라디오」를 「라지오」 ,「옆」을 「녚」으로 쓰는 등 북한식표기가 많았다.
○…보도진에 공개된 858기의 유류품은 지난해 12월11일 안다만해상에서 미해군 P-3C기에 의해 발견된 구명보트· 플래시·비상식량등 부유물 18점으로 일부가 화염에 검게 그을려 폭파된 뒤 불길에 휩싸인채 추락했음을 보여주었다.
안기부측은 이 유류품을 김의 항공기 폭파혐의에 대한 국제사법절차에 증거물로 제출한 뒤 회수되는대로 반공센터등 적당한 장소에 전시, 반공교육자료로 활용하게될 것이라고 설명.
○…국가안전기획부는 김의 기자회견이 끝난후 옆건물로 취재진들은 안내, 김과 김승일의 소지품, KAL기 잔해, 콤퍼지션4 폭약성능실험 사진등을 공개.
두 범인의 소지품은 1백42종4백95점으로 독극앰플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제품이었으며 일제가 주류로 신분은닉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한 듯 했으나 소지품의 질은 일본인의 중하류 계층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일 만큼 허름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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