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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빼앗을수 없다면…놀면서 공부하는 앱 어때?

중앙일보

입력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종이 책보다 스마트 기기를 먼저 접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제일 먼저 접하고 빠져드는 앱이 게임과 웹툰이라는 점이 걱정거리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에픽' 인기몰이 #미 초등학교 87%가 이용하는 스마트폰 앱 #

이런 고민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에서 콘텐트 담당 부사장을 지낸 케빈 도너휴와 게임업체를 창업했던 수렌 마코시안이 2014년 의기투합한 이유다. 스마트 기기를 끼고사는 자신들의 자녀를 걱정하던 중이었다. 결국 머리를 맞댄 끝에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를 접할 때 가장 먼저 책부터 만날 수 있는 앱을 만들었고, 같은 고민을 하던 투자자들이 몰렸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도서관’으로 불리는 에픽(EPIC!).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어린이용 영어 원서를 구독할 수 있게 도우면서 미 전역의 초등학교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에픽의 공동창업자인 도너휴와 마코시안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도서관' 에픽(EPIC!)의 공동설립자인 수렌 마코시안(왼쪽)과 케빈 도너휴. [사진 에픽]

'어린이를 위한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도서관' 에픽(EPIC!)의 공동설립자인 수렌 마코시안(왼쪽)과 케빈 도너휴. [사진 에픽]

최고경영자(CEO)이자 개발자인 마코시안은 “우리의 앱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로 하여금 더 많이 읽는 습관을 들일수 있을까라는 아주 작은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어린이와 책 사이 거리감을 없애 가능한 한 많은 어린이에게 고품질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책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붙이기란 쉽지 않다. 에픽에서 마케팅과 콘텐츠 제휴를 맡고있는 도너휴는 “아이가 언어 습득을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읽기’를 통해 꾸준히 언어를 접하면서 친해지도록 돕는 것”이라며, “실제로 에픽 또한 미국의 아이들이 처음 글을 배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아이패드로 본 에픽의 오디오북 콘텐츠들.

아이패드로 본 에픽의 오디오북 콘텐츠들.

에픽은 미국에서 2014년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 전 세계 500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용하고 있다. 미국 전체 초등학교에 무료로 계정을 나눠준 덕에 87%의 초등학교에서 에픽을 독서교재 및 수업 보조교재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 애플의 앱스토어 카테고리에서 줄곧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서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는 5위를 달리고 있다. 채드윅을 포함한 한국 유수의 국제 학교에서도 에픽을 사용하고 있다.

마코시안은 “에픽의 가장 큰 장점은 단지 영어를 교육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면서 “에픽은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방대한 콘텐츠를 아이들 개개인의 관심사에 맞게 스포츠ㆍ미스터리ㆍ역사ㆍ과학 등의 카테고리로 다양하게 세분화해 어린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공부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관심 분야의 책을 통해 영어 읽기를 즐긴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에픽이 수업 시간 동안 콘텐츠를 검색하고, 자료를 찾는 사이트로 이용되고 있다.

에픽이 갖고있는 영어교사를 위한 콘텐츠.

에픽이 갖고있는 영어교사를 위한 콘텐츠.

최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이 발표한 ‘영유아인권법 토론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세 아동의 사교육 비율이 83.6%에 달했다. 특히 유치원생 3명 중 1명은 만 3세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영유아 사교육 비용의 비대 현상에 따라 정부는 사교육에 관한 제도적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도너휴는 “특히 한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영어 교육에 돈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어린 아이들이 영어를 배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자율성과 주체성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리한 지출을 통해 아이들을 압박하는 교육 환경 대신, 일상에서 읽기 습관을 길러 줄 수 있는 영어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외국어로서 영어를 접할 경우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에픽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의 정보를 찾는 과정을 통해 읽기 습관을 갖게 되고, 영어 읽기에 능통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축구ㆍ큐빅ㆍ퍼즐ㆍ게임 등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내용을 에픽에서 검색, 관련 서적을 찾을 수 있다. 책을 통해 정보를 찾다 보면 내용에 빠져들어서 자연스럽게 책도 읽고, 언어도 배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에픽은 학교에서 무료이고, 가정에서는 매달 7.99달러(약 9000원)의 월정액 서비스로 제공된다. 에픽의 콘텐츠는 교과서로 개발된 교재가 아니다. 실제 미국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책들을 엄선해 수록된다. 현재 하퍼콜린스ㆍ맥밀란ㆍ캔들위크ㆍ벨웨더 미디어 등을 포함해 250여개의 해외 유명 출판사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해 3만개 이상의 전자책과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에픽은 지난 5월 리치 캐피탈과 트랜스링크 캐피탈, 라쿠텐 벤쳐스 등의 벤처캐피털로부터 약 9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으로 240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에픽은 이번에 펀딩 받은 자금을 활용해 아시아 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도너휴는 “창업 당시 직원은 공동설립자 2명 뿐이었는데, 이제 35명으로 성장했다”면서 “유료 회원 가입자들이 해마다 2∼3배로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6개월 이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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