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민주화운동 본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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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1일 상오9시30분 서울종로2가 YMCA회관 1층 식당에서는 민통련 계훈제 부의장(66)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또 한사람의 부의장 백기완씨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평민당 후보를「비판적으로 지지」키로 한 연합의 결의를 무시하고 이른바 「민중후보」 로 출마한 것을 계기로 조직을 이탈, 9일 부 의장직을 공식 사퇴한데 이어 주씨도 이날 부 의장직을 사퇴하기 위해 회견을 자청했다.
껑충한 키에 곧 쓰러질듯한 허약한 몸매의 계씨는 회한에 떨리는 음성으로 성명서를 읽어나갔다.
『오도된 민통련을 바로잡지 못한 책임을 느끼고 민통련 친구들과 관심 깊었던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민통련 부 의장직을 사임한다』 고 말한 계씨는 『대통령선거 패배로온 국민으로 하여금 좌절의 늪에 빠지게 한 민통련은 새로운 운동의 건설을 위해서라도 즉각 해체돼야한다』고 주장했다.
84년 재야운동단체의 연합체로 출발한 민통련은 이날계씨의 사퇴로 삼분됐다.
김대중 후보 비판적 지지를 결의했던 문익환 의장, 「민중정당」 결성에 나선 백기완씨,순수재야를 주장하는 계훈제씨의 세 노선.
결성 후 당국의 숱한 압수수색·사무실폐쇄 등 탄압에도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본산으로 꿋꿋이 살아남았던 민통련이 정작 대통령 직선선거의 후유증으로 와해재편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민통련은 이같은 노선분리와 관련, 이날하오 『일부 운동가들이 의도하는 정치권 진출은 그들의 개별적 진로선택일 뿐 민통련의 공식결정과는 무관하다』 고 성명을 냈다.
민주화의 대 전환, 갈등과 혼미의 소용돌이에서 함께 표류하는 민통련.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역사의 심판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인가.<김두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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