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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점 못 찾는 입학금 폐지, 사립대 ‘1년 유예’ 주장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 앞에서 대학생들이 '입학금 폐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 앞에서 대학생들이 '입학금 폐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와 사립대가 논의 중인 입학금 폐지 문제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과 일반재정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단계적 감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대 측은 입학금 폐지로 인한 손실분을 보완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입학금 감축을 몇 년에 걸쳐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입학금 폐지 교육부·학생 vs 사립대 구도 #서울 사립대 12곳 긴급모임 "1년 유예" 주장 #교육부는 감축 기간 '3년 단축' 의견 내비쳐 #학생들은 "내년부터 완전 폐지" 입장 고수

지난 9일 열린 교육부·사립대·학생대표 간 2차 회의 역시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끝났다. 학생대표들은 입학금 실비로 20%를 인정하겠다는 교육부 입장에 반대하며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립대 측 관계자는 “당초 실비 인정 비율을 40%로 상향해 달라고 요구하려 했으나 학생들이 워낙 강하게 나오는 바람에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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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교육부가 전국 80개 사립대의 입학금 사용 현황을 조사해보니 신입생들의 입학과 관련해 직접 사용한 금액은 20% 정도였다. 입학금의 3분의 1(33.4%)은 입학 외의 일반적인 대학 운영비로, 20%는 신·편입생 장학금, 14.3%는 홍보비 등으로 사용됐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현재 입학금의 20%만 실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80%는 5~7년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 왔다.

입학금 실태조사

입학금 실태조사

 그러나 2차 회의에서 교육부는 감축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간을 단축하는 대학엔 다른 대학보다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육부가 ‘3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더 짧은 데드라인을 제시해 당황스럽다”며 “대학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안”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2차 회의 다음날인 10일 서울 지역 12개 대학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입학금 감축 시기를 당길 게 아니라 오히려 1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회의에 참석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통한 인센티브를 계획한 것이 2019년이므로 그 시점에 맞춰 감축을 시작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교육부와 사립대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학들은 당초 13일까지 마감이던 학교별 입학금 감축 계획안을 교육부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사립대 측은 “한창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타결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사립대 측은 2차 회의에서 2019년부터 지원 예정인 일반재정지원 사업비 4000억원 중 1000억원을 전체 대학에 균등히 배분해주고, 국가장학금 2유형 중 일부를 교육 운영비로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미경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일반재정이나 장학금은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립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3차 회의는 다음 주 정도로 예정돼 있지만, 입학금 폐지 문제는 ‘사립대 대 교육부·학생대표’ 구도로 흐르면서 합의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교육부와 양자 협상도 어려웠는데, 학생들까지 참여하면서 합의점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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