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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렁이는 국정원 직원들 … “권력이 무섭긴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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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정보원이 술렁이고 있다. 전직 수장들에 대해 줄줄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으면서다. 국정원 한 직원은 14일 “요즘 한마디로 폭탄 맞은 분위기”라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국익과 무관한 활동 잘못” 자성론도 #일부선 “특활비 이렇게 쓰일 줄이야”

한 인사는 “상사로 모시던 분들이 검찰에 끌려가는 모습에 마음이 착잡하다”며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부) 지시를 거절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시가 있으면 어떤 지시라도 따라야 하는 정보요원으로서의 특수성 때문이다. 직원들끼리 따로 모이면 ‘권력이 무섭긴 무섭다’는 얘기도 나오고 한숨만 내쉬는 직원도 있다고 한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대공 분야 한 전문가는 “국정원 직원들이 겉으로는 말조심을 하지만 가까운 직원들과 만나보면 사기가 뚝 떨어졌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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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의 15개 청산과제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핵심 서버나 비밀공작 문건 등이 노출된 일도 국정원에서는 “기밀 유지가 생명인 정보기관이 이렇게 털리는 건 전 세계 웃음거리이자 창피한 일”로 받아들이는 직원이 많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 내부에서도 갈등이 쌓이고 있다. 과거 잘나가던 이들이 대거 ‘좌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정치 불개입’ 차원에서 2차장 산하 국내정보 수집·파트를 없애는 과정에서 증폭됐다는 것이다. 야권 인사는 이와 관련, “이들 대부분 재교육 또는 순환 교육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내에서 자성론이 없는 건 아니다. 한 국정원 직원은 “국가안보나 국익과는 무관한 정치 댓글을 달거나 진보 진영 영화배우들의 합성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한 것 등은 정보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잘못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일반인들이 잘 모르지만 국정원 내부 감찰은 강도가 민간 기업체보다 훨씬 세다”며 “국정원 직원들도 칼같이 특수활동비 쓴 내역을 보고하는데, 그런 돈을 매월 청와대에 올려 보냈다니 황당함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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