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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법인카드 처리 터치 몇번에 끝 … 영수증 챙길 필요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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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석창규 비즈플레이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 비즈플레이 본사 관제실 앞에서 경비 지출 관리 스마트폰 앱을 들어 보였다. 석 대표는 ’10년 안에 종이 영수증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석창규 비즈플레이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 비즈플레이 본사 관제실 앞에서 경비 지출 관리 스마트폰 앱을 들어 보였다. 석 대표는 ’10년 안에 종이 영수증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월말이 되면 기업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법인카드 사용자마다 지출 영수증을 찾아 여기저기 뒤적이고 풀로 붙여 제출하느라 부산하다. 비용처리 담당 부서에서는 이렇게 모인 영수증들이 경비사용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일일이 검수해야 한다.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업무용 경비를 지출했다며 정산을 요청해오면 카드사로부터 개인의 지출 정보를 받을 수 없는 법인 입장에서는 정산과정이 더 복잡해진다. 이렇게 검수를 마친 영수증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5년간 보관돼야 해 캐비넷은 넘쳐난다.

‘비즈플레이’ 석창규 대표 #앱 설치해 카드 사용 자동 업로드 #인력 절감, 지출 관리 투명성 높여 #200여 기업서 이용, 내년 일본 진출 #“10년 안에 종이 영수증 사라질 것”

2014년 말 창업한 핀테크 전문기업 비즈플레이는 ‘법인 경비지출 관리의 스마트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석창규 대표는 “10년 안에 모든 기업에서 종이 영수증이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기업이 비즈플레이 솔루션을 도입하면 직원은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할 수 있다. 이 앱에 법인카드를 언제, 어디서, 얼마를 사용했는지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된다. 사용자는 결제 용도만 간단히 입력한 뒤 전송 버튼을 누르면 경비처리 담당자에게 전자 영수증 형태로 전송된다. 종이를 놓고 수작업을 하던 과정이 몇 번의 조작만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점이 많다. 경비처리 업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인력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 비즈플레이 관계자는 “중견 이상의 기업에서는 영수증 처리하는 인력만 5~10명에 달한다”며 “(앱을 이용하면) 이들 인력을 다른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달간 법인카드 사용자들이 몇건, 얼마를 썼는지 자동 집계돼 알 수 있고, 부서별·개인별 사용 금액, 전달보다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도 보고서 형태로 집계된다. 법인카드 부가세 신고 파일도 자동 생성돼 부가세 환급업무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지출 관리의 투명성도 높아진다. 동일 가맹점 중복사용 여부, 휴일·심야 사용, 근무 외 지역, 이용 제한업종 여부 등을 한눈에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국내 법인카드 시장은 규모가 작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발급된 법인카드 숫자만 787만 장에 달한다. 이 카드들은 연간 8억3000만 건 사용되는데 이용액만 172조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사용 금액이 36% 늘었다. 물론 향후 경기가 위축되면 확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있다. 비즈플레이가 주도하던 국내 경비지출관리 스마트화 시장에는 지난 6월 미국계 솔루션 ‘컨커(CONCUR)’가 도전장을 냈다.

석 대표는 “기업에 비용 부담이 없도록 가입비를 받지 않고 월 이용료 방식을 도입하면서 고객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금은 월 5만원의 데이터 사용료와 카드 한장당 2000원의 사용료로 책정된다. 데이터 사용료는 카드사로부터 결제 내용을 받는 데 따른 비용이다. 지난해 10월 출시 후 하이트진로, SK머티리얼즈, AJ렌터카, 대한농구협회 등 200여곳의 기업, 1만2000장 카드가 비즈플레이를 이용하고 있다. 석 대표는 “초기 개발비와 홍보비 등 투자로 올해까지 적자를 예상하지만,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2019년 36억, 2020년에는 82억까지 영업이익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플레이

● 설립: 2014년 12월 1일
● 임직원: 55명
● 주요 서비스: 경비지출관리,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 매출: 44억원(2016년 말 기준)

비즈플레이는 국내 핀테크 1세대 기업 웹케시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웹케시는 가상계좌 서비스, 편의점 ATM 서비스, 기업 인터넷뱅킹 등을 모두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부산 동남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석 대표는 1999년 웹케시를 창업했다.

핀테크 중에서도 B2B(기업간 거래) 분야는 은행이나 금융정보를 처리하는 기관과 결제행위를 하는 기업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석 대표는 17년 경험을 바탕으로 B2B 사업을 ‘3대4대3의 법칙’으로 설명했다. 핀테크라는 신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기업이 30%, 유보적인 기업이 40%, 나머지 30%는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석 대표는 “B2B 사업은 적극 수용층 30%만 시장으로 보고 뛰어들어야 시장 규모에 대한 오판을 피할 수 있다”며 “다만 기술력이 뛰어나 이용 가치가 높을 경우 유보층인 40%도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비즈플레이는 내년 일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석 대표는 핀테크 기술의 해외 시장 공략 방식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선진국엔 ‘송곳 전략’, 후진국엔 ‘말뚝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쟁할 인프라가 잘 구축된 선진국에는 핵심 기술을 앞세워서 송곳처럼 파고들어야 성공할 수 있고, 후진국의 경우 먼저 진출해 말뚝을 박고 기다리다 시장 수준과 결제 방식의 성숙도에 맞춰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비즈플레이는 2013년 캄보디아에 ‘말뚝 세우듯’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면서 시장 성숙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자금관리 스마트 솔루션을 앞세워 일본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다. 송곳처럼.

1747 억원

● 14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의 엔젤투자(자금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나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규모는 1747억원으로, ‘벤처붐’이 한창이던 2003년의 3031억원 이후 최대치였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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