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 빈곤지역에 지원 조건으로 종교 대신 공산당에 대한 믿음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내 종교 억압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중국 장시성 위간현에서 현지 정부가 빈곤퇴치사업에 나선 가운데 예수상이나 십자가 등을 떼어내고 시진핑 주석의 사진을 걸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간현은 전체 인구 100만명 중 11%가 빈곤 인구로 분류되는 지역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빈곤 지원금을 주는 빈곤퇴치사업을 추진중이다.
SCMP는 한때 중국 SNS에 시 주석의 사진을 거는 사진과 함께 이 지역의 한 마을인 황진부에서만도 600여명의 마을 주민이 성경과 성화(聖畵)를 치우고, 그 자리를 시 주석의 사진 453장으로 대체했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SCMP는 이 글의 내용을 복수의 마을 주민과 지방 공무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황진부 마을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 가량인 5000~6000가구가 기독교 가정으로, 정부는 이 지역에 1000장 넘는 시 주석의 사진을 배포해 각 가정에 걸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옌 황진부 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은 "많은 빈곤 가정이 가족의 병 때문에 가난에 빠져들었지만, 일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예수를 믿고 있다"면서 "병이 든 것은 물리적인 것이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당과 시진핑 총서기라는 점을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진부 마을 뿐 아니라 위간현 내 다른 마을에서도 종교 관련 물품을 치우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황진부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류모씨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달 사이 주민들이 종교 관련 물품을 치우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빈곤 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 내 기독교는 문화대혁명 이후 40여년간 농촌과 도시 모두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일각에선 기독교인이 9000만명 가량인 공상당우너보다도 많다는 통계까지 나오면서 당 차원의 종교 업악 정책이 나오고 있다.
SMCP에 따르면, 특히 시 주석의 집권 이후 공산당의 영도가 강조됨에 따라 종교에 대한 억압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장시성과 저장성 등지에선 가정과 교회에 십자가와 성화 등을 없애라는 강요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