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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색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부산을 방문하면 빌딩이나 주택외장에 엷은 녹색이 많은 것을본다. 공장의 지붕도 녹색 슬레이트로 덮여 있다. 한국에는 산이많지만 대부분 암산이라서 녹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색채 이미지」를 얘기한 한 일본인의 글이다. 그의 인상기가 그럴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도 빌딩의 창틀이나 자동차 색깔에는 녹색이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거리에서 눈에띄는 녹색은 한국이나 이탈리아나 싱싱한 풀빛 황녹계가 아니고 푸른기가 도는 침침한 녹색이다』
과장기가 있지만 좋은 지적이다.
그의 지적대로 이탈리아의 버스는 녹색이다. 하지만 푸르칙칙 하다기보다 신선한 느낌이 드는 녹색이다. 그건 그 나라의 풍토에 맞춰 고안된 색이라서 큰 무리가 없다.
버스의 색깔은 풍토색을 반영한다. 도시의 이미지와 국민의 색기호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 상식이다.
서독의 쾰른에 가보면 거리를 달리는 올리브색의 버스는 같은 계통의 색깔인 엷은 황녹의 주변건물들과 대조될때 멋진 조화를 이룬다.
스칸디나비아 지역국가와 독일·영국등 배구의 나라들은 날씨가 서늘하거나 춥다. 그래서 영국의 노란색과 붉은색을 조화시킨 2층버스는 액선트 컬러로서 그 나라 풍토에 잘 어울린다. 자주빛 런던버스는 활력을 느끼게 한다.
미국샌프란시스코 교외를달리는 버스는 적과 청에 보라와 흰빛까지 섞여 로맨틱한 이미지를 낳고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버스는 백과 청을 배색해서 산뜻한 맛을 낸다.
또 일본 동경도의 버스가 청백, 녹백다갈, 적황배색등 여러 유형인 것도 인상적이다.
85년11월부터 사용되었던 서울시내버스의 색깔이 보라색에서 다른 색깔로 바뀐다고 한다.
칙칙하고 엉거주춤하며 덤덤한 보라색이 한국인의 색감이나 도시미관에 모두 맞지 않아 새로 좋은 색깔 배색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기왕 바꾸려면 과거처럼 되는대로 바꾸지는 말기를 바란다. 우리 풍토색을 반영한 멋진 색깔의 시내버스 이미지를 오래오래 간직할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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