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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6억 넘는 임대주택도 세제 혜택 … 전·월세 상한제 시기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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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로드맵(road map)’.

‘주거복지 로드맵’ 어떤 내용 담길까 #전·월세 상승률 일정 수준으로 제한 #1회에 한해 2년 자동 재계약 보장 #임대사업자 등록 강남권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등 인센티브 확대 검토 #버팀목 대출, 한도 늘리고 이자 낮춰 #3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 늘릴 듯

일·계획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지침이란 뜻이다. 주로 단순 대책보다 장기 청사진을 그릴 때 로드맵이란 말을 쓴다. 문재인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 ‘주거복지 로드맵’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같은 이유다.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한 단순 대응책이 아니라 “집은 투기 수단이 아닌 거주 공간”(김현미 장관)이란 새 정부의 주택 공급 철학이 담긴 정책이 나올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전·월세 대책과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록 ‘출구’ 마련, 공적 임대 확충 등 그동안 부족하다고 지적된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이 거론된다.

주거복지 로드맵

주거복지 로드맵

◆‘뜨거운 감자’ 전·월세 상한제=집값 급등에 가렸지만 전·월세 상승세도 심상찮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6억4468만원인데 전세가격은 4억3629만원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가 최근 5년간 33% 오를 동안 전세가는 52% 상승했다.

전·월세 부담을 덜어줄 대안으로 로드맵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제도가 전·월세 상한제다. 전·월세 상한제는 집주인이 세입자와 재계약할 때 전·월세 상승률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함께 거론되는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고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추가로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세로 4년간 살 수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민의 주택 점유 형태를 분석한 결과 전세(26%)·월세(31%)를 더한 비중이 자가주택 비율(42%)을 넘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제가 서울 거주자의 절반 이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 있는 정책이란 얘기다. 다만 임대인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데다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김 장관이 “민간 임대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한 만큼 로드맵에서 바로 도입하는 대신 도입 시점부터 예고할 수도 있다.

5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전세가 상승 추이

5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전세가 상승 추이

◆임대사업자 등록 ‘당근’ 나올까=세 번의 부동산 대책에서 겹겹이 규제를 맞은 다주택자의 최대 관심사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인센티브가 로드맵에 포함되느냐다. 임대사업자 등록 시 양도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혜택이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률을 끌어올리는 게 전·월세 상한제를 원활하게 시행하는 선결 조건이기도 하다.

로드맵에선 대표적으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주저하게 한 ‘6억원 룰’을 손볼 가능성이 크다. 양도세·종부세는 수도권의 경우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이하(지방 3억원 이하) 주택을 5년간 보유해야 감면된다. 공시가격 6억원이면 시가로 8억~10억원 정도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대부분이 10억원을 넘어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도 세제 혜택을 누리기 쉽지 않았다.

정부는 공시가 6억원 초과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에도 양도세 등 세제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매년 2000만원 이상 월세 소득을 올리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소득이 노출돼 건보료·소득세를 합쳐 연 300만원가량 지출 부담이 새로 생기는 데 이를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현재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지 않은 데다 건강보험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건보료 부과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적 임대 확충=로드맵엔 연 17만 가구씩 공급할 계획인 공적 임대주택 확대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공적 임대는 정부 또는 지자체가 소유·관리하면서 서민에게 공급하는 공공 임대, 민간 소유지만 공공의 세제·금융지원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한 공공지원 임대를 포괄한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 임대주택인 ‘신혼 희망타운’의 밑그림이 나올 수 있다. 신혼 희망타운은 일정 소득 이하 무주택 신혼부부에게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공급하는 분양형 공공주택이다.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 위례신도시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신혼부부 전세대출인 버팀목 대출의 경우 대출한도를 1억8000만원까지 확대하고 대출이자는 연 1.6~2.2%에서 1.2~2.1%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임대 분양 후 5·10년 뒤 분양 전환하는 물량을 줄이는 대신 30년 이상 지속하는 장기 공공임대 물량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새 정부는 앞서 6·19 대책(조정대상지역 지정)→8·2 대책(투기과열지구 지정+대출 규제 강화)→9·5 추가대책(투기과열지구 추가) 같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로드맵의 파급력은 앞서 세 번에 걸쳐 나온 부동산 대책 못지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세 번의 부동산 대책이 ‘핵폭탄’격 규제로 시장 투기 수요를 얼어붙게 했다면 로드맵은 실수요자 공급을 확대하는 ‘보완재’ 성격이 될 것이다. 특히 전·월세상한제 같은 경우 전·월세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로드맵까지 나오면 정부로서 집값을 잡기 위해 남은 카드는 보유세 인상 정도다. 지난 8월만 해도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고 했지만 10월엔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 중(김동연 경제부총리)”이란 얘기가 정부에서 나왔을 정도로 유동적이다.

김현미 장관의 주택 정책 말말말

김현미 장관

김현미 장관

“양도세 중과 등을 깎아주거나
건강보험료를 감면하는 등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 방안을 고민 중이다”
(9월 토크콘서트)

“청년과 신혼부부가 어렵지 않게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준비하고 있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와 연계해 세입자
주거안정을 담보할 수있는 정책을
고민하겠다. 공공임대 관련 내용도 담겠다.”
(10월 국정감사)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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