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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넘게 지났는데, 박근혜 접견 안한 국선변호인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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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국선 변호인 접견 한 번도 안해, 신청 자체가 無

지난달 선임된 박근혜 전 대통령 국선 변호인들이 13일까지 접견 신청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국정 농단 사건의 주요 피고인들 재판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재개일은 더 미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달 안에 다시 진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재판 마치고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재판 마치고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13일 “국선 변호인으로부터 접견 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았다. 일반 접견 신청도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유영하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 7명이 모두 사임하자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달 25일 국선변호사 5명을 지정했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18일 이틀간 유 변호사와 일반 접견을 했다. 이후 만난 사람은 없다. 유 변호사는 접견 이후에 책 여러 권을 영치품으로 넣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중앙포토]

통상 재판 진행 도중 변호인이 바뀌면 새 변호인이 의뢰인 접견부터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많고, 박 전 대통령이 접견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 변호인들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서울중앙지법 소속 한 국선 변호사는 “상견례 차원에서 의뢰인과 만나 사건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변론을 준비하는 게 보통이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판 거부 의사표시를 한 상황에서 접견을 신청하는 것은 소득 없이 여론의 부담만 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 기록은 방대한 분량이다. 새 변호인단은 수사·재판 기록을 합쳐 12만 쪽에 달하는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 검찰 등에 따르면 새 변호인단은 지난주 기록 열람·복사 작업을 마쳤다.

박 전 대통령의 기존 변호인단에 속했던 한 변호사는 “전체 사건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고 판단한 경우 모든 변호인이 개별적으로 기록을 일독(一讀)할 것”이라며 “기존 변호인단도 일부는 탄핵 심판 때부터 기록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진행하면서 기록을 계속 읽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변호인단이 기록을 읽는 데 두 달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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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변호인단이 일부 혐의만 먼저 검토할 경우 재판 재개일은 앞당겨질 수 있다. 법원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혐의 18가지 중 삼성ㆍSKㆍ롯데 뇌물 부분은 심리가 대부분 끝난 상태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후원금 강요,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한 심리가 남아있다.

또 다른 기존 변호인은 “전체 심리해야 할 양 중에 30~40%가 남았다고 보면 된다. 이미 제출된 의견서 등을 참고해 남은 혐의 위주로 변론을 준비한다면 이번 달에 재판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선 변호인 접견을 거부할 경우 변호인단은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피고인의 이익을 추정해 변론할 수밖에 없다. 국선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전 변호인단이 낸 변론 요지서나 증인 목록 등을 바탕으로 추측해서 변호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며 “채택에 반대했던 증거나 증인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기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 일정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공범 관계인 피고인들의 재판은 끝을 향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오는 15일 선고를 앞두고 있고 최씨의 재판 역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다음 주나 그 다음 주쯤 최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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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13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검사가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변호인 조력 없이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민사소송은 기존 형사재판 변호인단 중 한 명인 도태우 변호사가 맡고 있다. 도 변호사는 최근 “민사 재판 관련 기록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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