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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원의토론이야기] 말하는 상대방 입 주변 보면 편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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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주고받을 때 상대방의 어디를 쳐다보면 좋을까? ①눈을 계속 쳐다보자니 눈이 좀 부시다. ②이마를 빤히 쳐다보면 눈싸움하는 것 같아 모욕감을 줄 수 있다. ③그렇다고 눈을 내리 깔면 거부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④더구나 어깨 아래 몸의 특정 부위를 한참 동안 응시하면 상대방이 여성일 경우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 ⑤아무래도 코밑이나 입 주변을 보는 것이 편하다. 그래도 상대방은 자신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TV를 보는 시청자가 진행자의 프롬프터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곡예사에게 좋은 원숭이는 눈을 두리번거리지 않는 원숭이다. 원숭이 훈련법의 하나다. 우선 머리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그 시야에서 빛을 움직인다. 원숭이가 이 광점을 눈으로 쫓으면 상으로 주스를 준다. 반복 훈련을 통해 뇌의 주시 신경원 (注視 neuron)이 발달된 원숭이는 덜 두리번거리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해보자. 두 팔을 앞으로 쭉 벋어 두 손바닥을 붙여 좌우로, 위아래로 최대한 움직이면서 손끝을 주시한다. 이런 연습을 하면 눈동자의 움직임에 안정감이 생긴다. 청중 앞에 설 때 방청석을 3 내지 5등분해 좌우로, 위아래로 시선을 천천히 나누는 것이 좋다. 말을 시작하거나 끝낼 무렵에는 청중의 가운데를 바라봐야 한다. 강의를 듣는 학생도 선생님이 처음 입을 열 때, 그리고 강의를 마칠 때 반드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교감이 이루어지 쉽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 10초 정도 눈을 맞추고 5초 정도 메모하는 연습이 있다. 필기할 게 많지 않다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간은 3분의 2 정도는 돼야 한다.

시선훈련으로 ①큰 종이에 큰 원을 그리고 난 후 그 가운데 찍은 점을 응시하기 ②거울 앞에서 자신의 두 눈썹 사이에 찍은 점을 계속 쳐다보기 ③자신이 쳐다보기 힘든 사람의 사진을 구해 양미간에 찍은 점을 주시하기 ④TV 뉴스를 보면서 앵커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등이 있다. 이때 눈이 부셔 눈물이 나면 눈을 감고 긴장을 푼 다음에 또다시 한다.

관상학에 융준용안(隆準龍顔)의 안광이 있다. 장차 왕이 될 인물의 눈빛은 매섭고도 동시에 부드럽단다. 매서운 눈빛의 모범은 태양을 바라볼 수 있다는 독수리에게 있다. 저 높은 하늘 위에서 저 아래에 있는 사냥감을 본다. 거시와 미시, 보편과 구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부드러운 눈빛의 모범은 어디에 있을까? 유연성과 권위가 한쪽으로 치우쳐 따로 있으면 편향이고, 수시로 바뀌면 변덕이지만, 동시에 함께 깊고 넓게 있으면 도량이라 한다.

강치원 원탁토론아카데미 원장.강원대 교수(wontak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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