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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察<검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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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검찰(檢察) 내부가 요즘 크게 들썩인다. 검찰의 칼끝이 정권의 부름에 따라 내부를 향해 파고들다가 끝내 안타까운 검사의 자살로 이어지면서다. 권력의 칼에는 눈이 없다고 했다. 아무나 다 벨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검찰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검사하여 살피는 일’로 나와 있다. 그렇지만 위법이나 탈법의 사례를 적발하는 행위, 즉 검거(檢擧)에 이어 그 대상자의 잘못 유무를 깊숙이 살핀다(察)는 게 원래의 엮음으로 보인다.

경찰(警察)도 그런 뜻에서 살펴볼 글자의 조합이다. 경계한다는 뜻의 ‘警(경)’이라는 글자와 살핀다는 뜻의 ‘察(찰)’이라는 글자의 합성이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검찰은 사법(司法)적 차원의 살핌이고, 경찰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치안(治安) 차원의 살핌이다. 그 ‘察(찰)’은 사전적으로 보면 ‘자세히 살핌’ ‘거듭 살핌’의 뜻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영문도 모른 채 남에게 당하는 일이 가장 어리석다. 그를 피하려면 주변의 상황을 잘 살펴야 좋다. 눈으로 사물이나 상황을 좇으면서 살피는 일이 관찰(觀察), 시찰(視察), 감찰(監察)이다.

아무튼 상황의 앞뒤를 자세히 헤아려 옳고 그름, 착함과 악함을 제대로 가린다면 얼씨구나 좋을 일이다. 그래서 밝게 살핀다는 뜻의 ‘명찰(明察)’이라는 단어가 있고, 그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훤히 그 속을 꿰뚫는다는 의미의 ‘통찰(洞察)’이라는 단어도 나왔다. 그러나 바깥으로만 향하는 시선은 늘 불안하다. 제 속을 깊이 살펴 행위에 진정성과 신중함을 얹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온 단어가 ‘성찰(省察)’일 것이다. 이 단어의 두 글자 모두 ‘살피다’의 뜻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省(성)’은 ‘반성(反省)’의 의미로 진화했다. 외부로만 쏠리는 살핌의 시선을 안으로 돌려 자신을 살피는 행위다.

성찰이 충분해야 깨끗한 시선으로 대상을 살피고, 깨끗한 칼로 시비와 선악의 경계를 끊을 수 있다. 경찰과 감찰 등 ‘察(찰)’이라는 글자 들어가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이 시대 공무원들에게 다 필요하다. 그러나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좀체 벗지 못하는 우리 검찰에는 매우 절실한 일이다.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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