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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경제 행보로 방향 전환, ‘최고 참모’ 최용해 직언 통했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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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호 05면

9월 3일 핵실험 도발 이후 잠잠한 북한

지난 4월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과 최용해. [중앙포토]

지난 4월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과 최용해.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얌전해졌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지난 10월 류원신발공장·평양화장품공장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엔 트럭을 만드는 ‘3월16일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선전했다. 9월 초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그동안 보여왔던 호전적인 모습과는 딴판이다. ‘강경 모드’에서 경제 행보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미 전략폭격기 한반도 출현 #김정은 간담 서늘하게 했을 수도 #‘경제 도외시하면 국가 존립 위태’ #최용해 ‘악역’ 맡아 건의 가능성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예고했다. 그러곤 지난 7월 두 차례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지난 8, 9월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해 몰아치기식 도발을 감행했다. 급기야 김정은은 지난 9월 21일 본인 명의의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언급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성명 발표 이후 김정은은 한 번도 군 관련 행보를 진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태도 변화에 대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한·미 해상훈련(10월 16~20일) 등 군사옵션을 거론하는 데도 불구하고 군사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전략폭격기의 핵심인 B-1B 랜서의 한반도 출현이 김정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 수 있다. B-1B 랜서는 사거리 370㎞를 자랑하는 AGM-158 JASSM 순항미사일을 최대 24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이 무시무시한 전략폭격기가 지난 9월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350㎞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미국의 군사옵션 거론 외에도 김정은을 변화시킨 요인은 최용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말했다. 최용해는 지난달 7일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당 부장까지 겸직했다. 정치국 상무위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등 기존에 맡고 있던 보직에 2개를 더 추가했다. 명실상부한 김정은의 ‘최고 참모’가 됐다. 대북 소식통은 “평소에 ‘경제를 도외시하고는 국가가 존립하기 어렵다’고 언급해 온 최용해가 김정은에게 자신의 생각을 직언했다”고 밝혔다.

최용해는 당·정·군의 오랜 관료생활을 통한 풍부한 경험과 ‘김일성-최현(최용해 아버지)’의 관계를 배경으로 김정은에게 유일하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이번에 ‘악역’을 맡은 것이다. 북한이 올해 감행한 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의 목표가 미국과의 대화였다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오히려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용해는 김정은에게 지나친 군사 모험주의에 빠지면 미국에 선제타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니 경제 행보로 방향을 수정할 것을 조언한 것으로 관측된다. 공교롭게도 김정은의 경제 행보는 최용해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임명되면서 본격화됐다.

북한의 모든 정책 방향은 ‘전진’에만 맞춰져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일단 무조건 전진하려고만 한다.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 관리들은 정책이 잘못됐더라도 그냥 따라가는 것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김일성·김정일이 줄기차게 관료주의·형식주의 타파를 외쳤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정은의 태도 변화는 군사 모험주의로 몰고 간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 그 대상은 호전적인 구세대가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대남 담당)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전진만 알고 후진을 모르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책임을 질 수 없으니 방향 수정을 위해 강경파들을 2선으로 후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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