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내달 방중, 시진핑 평창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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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평화적 해결, 교류 협력 조속한 회복 합의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다낭=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다낭=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대통령 취임 후 첫 방중이다.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11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이날 양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이후 두 번째로 시 주석의 숙소인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50여 분간 진행됐다.

베트남 APEC서 한·중 정상회담 #시 주석 “방한 위해 노력할 것” #‘다자무역 지지’ 다낭 선언문 채택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내년 2월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도 공식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 만일 사정이 여의치 못해 못 가더라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두 정상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각급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에 대해서도 지난달 31일 공개한 양국 관계 개선 방안을 평가한 뒤 이를 토대로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새로운 출발이자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도 있고 매경한고(梅經寒苦·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라는 중국 사자성어도 있다”며 “한·중 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론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양측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시 주석도 “양국은 경제 발전과 세계 평화에 있어 광범위한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다”며 “오늘의 회동이 앞으로의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 협력에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도 회담을 하고 양국 경제 갈등 해소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다음달 방중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대화 복귀를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의 결과물이란 분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선결요건이었다.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해 온 양국이 북한을 함께 설득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10·31 합의’에 앞서 안보와 관련한 ‘3불(不)’ 입장을 분명히 했다. 3불은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협력을 안보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7월 ‘신베를린 구상’ 발표 후 한·중 관계 개선과 양국 정상 교차 방문→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 등으로 이어지는 후속 조치를 추진해 왔다. 결국 이날 두 정상이 한·중 관계 완전 복원과 문 대통령의 12월 방중에 합의하면서 정부의 1차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와 한·중의 비핵화 협상 복귀 요구를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지난 7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없이는 핵·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대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받아들여 유엔 제재에 적극 동참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북한 내 입지가 강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다낭에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열고 2020년까지 양국 교역을 두 배 이상 늘려 10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450여억 달러였다.

한편 이날 폐막한 APEC 정상회의에서 21개 회원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무역정책 주장에도 불구하고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하는 APEC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한다”는 내용의 ‘다낭 선언문’을 채택했다.

다낭(베트남)=강태화 기자, 차세현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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