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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원 KAI 사장 "미 공군기 입찰전, 끝없는 원가절감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조원 한국항공우주(KAI) 사장이 미국 차세대 고등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 수주전을 준비하는 압박감을 토로했다.

록히드마틴 측과 밤 새워 '제안가 협의' #김 사장 "KAI 자체 방산비리 없다" #"미래 먹거리로 '중형 민항기' 만들겠다"

 김 사장은 10일 서울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취임 후 기자들과 처음으로 만나 “입찰전은 1센트만 높게 써도 지는 대단한 포커게임”이라며 “(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이 제안가를 낮추기 위해 우리를 끝없이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KAI는 하성용 전 대표가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석 달 넘게 공석인 사장 자리에 지난달 25일 김 사장을 선임했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달 26일 경남 사천시 본사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달 26일 경남 사천시 본사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장에게 떨어진 가장 큰 숙제는 자체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A를 미국 공군 훈련기로 낙점받아 수출하는 것이다. 1차 물량만 350대로 17조원에 달하는 ‘대어급’ 프로젝트다.

 이르면 연말 치러지는 입찰전은 사실상 KAI가 속한 록히드마틴 컨소시엄과 보잉 간 경쟁이 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최저 입찰제로 치러지는 만큼 보잉이 (제안 가격을) 엄청나게 덤핑할 거라고 예측한다”며 “어제 록히드마틴 부사장을 만나 어디까지 가격을 낮출지 협의했고 오늘도 실무자들이 치열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찰전 승리 확률에 대해 “제로 아니면 100%”라고 말했다. 그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KAI가 깎을만한 단가는 다 깎았고 추가로 낮추려면 협력업체의 희생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아프다”면서 “아무리 저가수주를 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볼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공군의 차기 고등훈련기(APT) 도입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A가 지난 9월16~17일(현지시간) 미 공군 최대 행사인 앤드루스 에어쇼에 참가해 2차례의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연합뉴스]

미국 공군의 차기 고등훈련기(APT) 도입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A가 지난 9월16~17일(현지시간) 미 공군 최대 행사인 앤드루스 에어쇼에 참가해 2차례의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연합뉴스]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인 상황에서 사장에 취임한 만큼 혁신과 성장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그는 KAI의 방산비리 혐의를 부인했다.

 김 사장은 “제가 와서 보니 KAI 자체의 비리는 전혀 없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계약 시기에 따라 올해 것을 내년으로 이월하거나 내년 것을 올해 당기는 식의 관행에 따른 것이지 방산비리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AI는 수많은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인 만큼 의사결정을 공개적으로 하고 언론 등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열린 글로벌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연말 채권 만기 도래로 인한 유동성 우려에 대해서도 “매일 현금흐름표를 점검하고 있는데 회사채 발행이 충분히 잘 되고 있고 신용등급도 높게 책정됐다. 걱정 없다”고 말했다.

 실적과 관련해 그는 “수출 상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국가는 9개”라며 “특히 보츠와나·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연내 또는 내년 초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연내 전력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수리온은 감사원이 체계 결빙 능력을 지적하는 등 부정적인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전력화 검토가 중단된 상태다.
 김 사장은 “감사원의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이는 100점 만점에 95점을 받았는데 왜 100점을 못 받았냐고 질책하는 것”이라며 “수리온을 이르면 11월 중, 늦어도 12월 말까지는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판단의 근거로는 “수리온을 운행하는 준위급 실무진들을 만나보니 체계 결빙 능력이 당초 목표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전략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관계 당국을 설득해 전력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중장기 비전도 제시했다. KAI를 2030년까지 세계 5대 항공우주업체로 발돋움시키겠단 목표다. 김 사장은 “1990년대에 스마트폰이 이렇게 일상화될 거라고 누가 예측했는가”라며 “10년 안에 한국경제를 이끌 제조업은 항공우주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도시 간 이동은 비행기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며 “가장 역점을 두는 건 민항기인데 50~60인용 중형 민항기 제작을 목표로  2022년 예비 타당성 검토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항공산업은 적어도 2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며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에서 공격기·민항기·시제기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해주면 개발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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